이름: 안익순

부대: 백마부대 9사단 공병대대 운전병

참전 시기: 1967년 10월∼1968년 10월 (약 1년)

키워드: #핍진 #냄새 #운전


구술자 안익순과 면담자 이재춘, 석미화는 두차례 만남을 가졌다. 첫 만남은 2023년 3월 29일, 광주의 한 식당이었다. 이후 2023년 06월 21일, 이재춘의 자택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잊히지 않는 시신 냄새

#핍진(乏盡)


그때.. 제대하려고 왔는데. 가뭄이 어떻게 와 가지고 다 말라붙어가 식량이 나올 것이 없어. 그래 가지고는, 집에 와도 식량이 없고 그러니까 입이라도 하나 덜을려고 파병을 신청했어. 제대 휴가를 왔다가 올라가서 얘기하니까, 미친놈 아니냐고 그래 대대장이. 뭣허러 갈라고 허냐고. 난 월남 갈라요 그래 가지고, 갔지.


"입이라도 하나 덜려고 파병을 신청했어 "


#대포소리


‘뚜이호아’에서 밤새 포를 쏘더라고. 어디서 따발총 쏘듯이, 포를∼ 밤새 쏴버려. 무슨 포탄이 얼마나 많이 있길래. 응. 내가 아침에 몇 번을 포대를 가봤어. 차 끌고. 그랬더니 온 연병장에 포탄들, 미군들이 그 새벽 날새기 전에 다 실어다 갖다 놔둔거야 포탄을. 내가 그래서 놀래부렀다니까∼ 아이고. 한시에 따발총 쏘듯이 포탄을, 그래 밤에, 뭐 새벽에 어떻게 실어 왔나 어쩌나, 그렇게 많이. 나 놀래부렀어∼

 

"실어다 갖다 놔둔거야 포탄을. 내가 그래서 놀래부렀다니까∼"


#냄새


‘뚜이호아’에서는 작전하고 끝나면, 공병들이 가서 다∼ 처음에는 대포로 밤새도록 포탄을 쏴놓고, 아침에 이제 공병들 투입시켜. 근데 그때 그거 묘지하러 가 갖고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는디. 바람이 요쪽에서 부니까 저쪽에 가서 먹었는데 한쪽 자리에서 식사를 하는디. 아니 바람이 쏙 불어부러 갖고 우리 군인들 쪽으로 불어가더만 그 냄새를 한번 맡아서는 그냥 그 썩은 냄새를 맡으니까, 코에서 코피가 나와버리더라고. 입맛도. 그 어떤... 시체 썩은 냄새. 그렇게 독해. 사람 썩는 냄새가.

 

"그렇게 독해. 사람 썩는 냄새가"




#운전


운전면허를 안 땄지 그때는. 군대가서 면허증은 필요없지. 수송부대니까. 운전 실력보고 너 저 차 끌어라. 저 차 끌어라. 수송관이 주고. 운전을 그런대로 군에서 했어요. 실력봐서 수송관 추천으로 나중에는 대대장 찦(Jeep)차 끌고 다녔어. 제대하고 나와서 (운전면허를) 땄지. 그때 현대건설 들어가서 경부고속도로 했어. 덤프트럭. 내가 들어가기 전에 토목공사는 거의 다 됐더라고. 이제 아스팔트 깔고. 아스팔트 고런 것을 밤낮없이 싣고 다녔어. 경부고속도로 끝내고, 울산―언양 고속도로. 또 현대조선. 현대조선 터 닦고, 새로 공장을 짓고, 거기 가서 또 했지. 거기서 근무하다가 그만뒀지. 1981년부터 주로 광주―나주 간 좌석버스 운전을 했어. 버스 그 일이 힘들어요. 손님한테 뭐 잘못하면 절대 안 되고. 손님들에게 항상 친절해야 되고. 그게 정년 되니까 이제 그만뒀지.

 

"아스팔트 고런 것을 밤낮없이 싣고 다녔어"



안익순과의 만남

2023년 겨울 끄트머리에서 다시 만난 안익순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지만 묵묵히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왔듯, 그 삶 궤적 그대로 지금도 여전히 농사에 집중하며 살고 있었다. 그에게 내가 쓴 그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 일부가 활자화되어 재구성된 것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안익순은 내가 이야기를 들어본 최초의 병사 출신 참전군인이었다. 기존에 내가 인터뷰했던 장교 출신 참전군인들과 달리 그 당시 스스로가 가졌던 감정과 감각에 대해서 강렬하게 표현해 주었다. 그때의 느낌·생각·심리 상태에 대한 이야기. 안익순은 강렬했던 몸에 새겨진 감각들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했다. 언어화되기 힘든 너무나 강렬했던 몸에 새겨진 감각을. 그의 전쟁 경험을 듣기 위해 시작된 만남이지만, 그가 겪은 삶의 무게는 단순히 전쟁 경험만으로 단순화해서 환원되지 않는다고 느낀다. 한 개인의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개인을 관통해 나타나는 역사의 한 조각이 그의 ‘몸’을 통과해 오고 있다.


"역사의 한 조각이 그의 ‘몸’을 통과해 오고 있다"

이재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