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
우리는 참전군인을 만나기 위해 모였습니다
2023년 봄, 우리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안고 참전군인을 만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베트남전쟁과 구술을 공부하고, 참전군인을 섭외하고, 그들을 찾아 나섭니다. 참전군인을 만난다는 것은 여러모로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그들을 만나기 위하여 함께하고 있을까요?

참전군인은 복잡한 존재입니다
1964년부터 약 8년 6개월 동안 연인원 32만여 명의 한국군이 베트남전쟁에 참전했습니다. 가난하던 시절, 청년들은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전장에 동원됐지만, 전쟁 후의 고통은 개개인의 몫으로 남겨졌습니다. 그들에게 참전 경험은 전쟁이 끝나고도 계속 이어지는 ‘삶’의 문제였죠. 하지만 그 청년들의 경험은 온전히 기록되지 못했고, 여전히 사회적 관심 밖에 있습니다. 1992년 한국-베트남 수교 이후, 참전군인은 때로는 피해자로, 때로는 가해자로 그려집니다. 베트남전쟁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운동 역시 가해와 피해라는 단순한 구도 속 참전군인이 자리한 복잡한 위치를 바라보지 못했죠. 그렇게 20여 년의 세월을 건너 오며 갈등은 점점 깊어지고 있어요. 전쟁의 진상을 밝히는 일이 참전군인과 갈등하며 나아갈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참전군인들을 살피고 그들과 소통하며 함께 평화를 이야기해 나가야 합니다.
참전군인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10년
참전군인은 베트남전쟁이라는 역사를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당사자들이지만, 그 이전에 내 아버지로, 할아버지로, 또 이웃으로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청년이었던 그들은 어느덧 70대 중반을 넘어 인생의 황혼을 보내고 있고, 매년 5천여 명 이상의 참전군인이 생을 뒤로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채 10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한국 사회가 겪은 전쟁과 폭력의 경험을 사회적 기억으로 남기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모두가 평화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우리의 이웃과 소통하고 사회 구조 속에서 연결을 발견해 나가 봅니다.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
우리 사회가 겪은 전쟁 기억을 평화의 기회로 삼겠다는 아카이브평화기억의 포부는 ‘한국의 베트남전쟁’이라는 알아차림에서 출발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이 전쟁은 우리에게 ‘잊힌 전쟁’이고, ‘남의 전쟁’이지요. 32만여 명의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관심받지 못하고 점점 사라져 갑니다. 국가의 전쟁 서사는 애국과 발전, 명예와 보훈이라는 자리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학살의 키워드만이 빈곤한 전쟁 기억을 지배하고 있어요. 복잡한 것은 복잡한 대로 보는 것이 바로 평화 아닐까요? 자세히 보는 것, 흔들리며 보는 것이 평화라고 생각합니다.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는 이러한 공감 아래 참전군인을 만났고, 듣고 말하는 자리를 만들어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