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류진성 참전군인과 함께하는 전쟁기념관 해외파병실 탐방 일지

안녕하세요. 아카이브평화기억입니다. 💫 

우리는 지난 5월 13에 참전군인 구술활동을 준비하는 구성원과 전쟁기념관 해외파병실 탐방을 다녀왔어요! 

이날 탐방에는 특별한 분도 함께 했는데요. 베트남전 참전군인이자 퐁니퐁넛 사건을 증언한 류진성 님이 동행했습니다.


우리는 구술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전쟁기념관이 '기념'하는 베트남전쟁을 함께 보고 참전군인 류진성과 풍성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기대했습니다. 탐방길에는 퐁니퐁넛 사건과 관련해 진행중인 국가배상 소송에서 원고 응우옌티탄을 대리하는 김남주 변호사도 함께했습니다.


참전군인 류진성은 전쟁을 기념하는 게 말이 되냐며, 그동안 전쟁기념간의 취지에 동의할 수 없어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다고 해요.

하지만 저희와 첫 방문을 흔쾌히 함께해 주었어요. 과연 참전군인은 전쟁기념관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궁금했습니다.


전쟁기념관 앞에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부대 깃발이 있어요. 

이번에도 역시 베트남 지역의 특성과 주둔했던 부대에 대한 이야기로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전쟁기념관 입구에 위치한 베트남전쟁 전사자 명비입니다.

자칫 납작해보이는 이름들 사이에서 류진성 참전군인은 그와 함께 부대 생활을 했던 은명수 대위의 이름을 찾았어요.


그는 마을 수색 중에 부비트랩을 발로 걷어차는 바람에 큰 부상을 입었고, 류진성 참전군인도 비슷한 시기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만났다고 해요.

결국 일어나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갔다고 류진성 참전군인은 회상했습니다.


우리는 호국추모실과 해외파병실을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었어요.

지금부터는 탐방 사진과 함께 참여자들이 나누어 준 이야기를 공유해드릴게요.


호국추모실

예주: 처음에 들어간 호국추모실 공간은 너무 짜증이 났다. 추모와 애도라는 것은 '누구를 어떻게 기억하느냐'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공간에 매듭을 형상화하고 물 웅덩이를 비치 해놨는데 감정을 유도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추모나 애도의 어떤 주체적인 생각 없이 그 공간에 가면 그런 느낌을 갖게끔 유도하고 있었다. 예술로 접근하는 것도 반성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이 없으면 이렇게 공허하구나 싶어서 기억에 남는다.


노랭: 전쟁기념관을 여러번 왔지만 호국추모실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었다. 호국추모실은 전시 형태가 너무 이질적이었다. 해외파병실에 전시된 동상들을 떠올리게 했다. 내가 만났던 참전군인들은 영웅이 아닌 그냥 사람들이었다. 어떤 이들을 영웅으로 만들고 성스럽게 기억하는 전시는, 보통의 이야기를 작게 만들고 감정과 두려움을 감추게 하는 것 같다.


어떻게 추모할 것인가,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두 질문이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이어서 해외파병실을 같이 보았어요.


전쟁기념관 해외 파병실

은석: 전시는 안보 의식과 우리가 강해야 된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 같다. 지금 전시된 것도 무기, 업적, 훈장이다. 그게 좀 마음이 아팠다. 전시장에서는 서로가 강해서 지키는 것 말고, 서로 침략하거나 피해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가 우리를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국방부가 운영하고 있는 공간인 걸 명확히 알면 전시가 왜 이렇게 구성되어있는지 이해가 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어요.


예주: 전쟁기념관의 전시 내용이 지금 우리가 하려고 하는 구술 활동과 상당히 대척점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한 사람을 만나고 개인의 서사를 들여다보는 활동을 통해 인간의 여러 가지 감정들을 만나고, 전쟁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느끼는 순간들이 분명히 존재하겠다는 기대가 있다. 그런데 전쟁기념관에서는 개인의 이야기도, 어떠한 감정도 찾을 수가 없었다. 거짓인지도 진실인지도 모를 이야기로 포장이 되어 있고, 건조하게 정보들이 나열돼 있다. 그렇게 접근했을 때 전쟁이 뭔지를 전혀 느낄 수 없다고 생각을 했다. 하나도 와닿지 않는 공허한 이야기들이었다.


담: 여러번 전시를 봤지만 오늘은 조금 새로웠다. 그동안에는 전시를 안 좋게만 생각했었는데 이 공간이 가진 '추모의 의미'가 당사자들에게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기념관 앞에 재향향우회가 있는 걸 보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감성에서는 전시가 되게 자랑스럽겠구나, 이런 공간이 필요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가 생각하는 전쟁기념관의 가치가 생각보다 되게 크고, 그걸 통해서 다시 전쟁을 하려고 하는구나가 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어떤 전쟁들을 각색해내고 기록해내면서 전쟁의 어떤 이야기들을 바꿔내고 그걸 통해서 또 새로운 전쟁을 하는 초석으로 삼는 공간이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전보다 좀 더 강하게 든다.


"전쟁은 절대 즐거운 것도 자랑스러운 것도 아니야. 명암을 함께 보여줘야지"

이응과 은석은 류진성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더하여 나누어 주었어요.


이응: 참전군인 류진성에게 실제로는 어땠는지 경험의 이야기를 들으니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까 선생님이 명암을 다 봐야 된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전시에서는 해외 파병에 대한 것들을 미화하는 방식으로 설명을 하고, 고엽제 피해와 민간인 학살을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은석: 전시가 하나의 밝은 면만 보여준다는 걸 올 때마다 느꼈다. 전시 마지막에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이렇게 쉽게 내던진다는 게 부끄러웠다. 저런 문구들을 사용해서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전시 형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류진성 선생님 말씀처럼 전쟁기념관 이름을 전쟁기록관으로 바꿔서 우리가 봐야 할 것들을 그냥 그냥 드러내면 좋겠다.


참전군인 류진성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하며 해외파병실을 둘러보았더니 2시간이 훌쩍 지나있었어요.

차한잔 마시며 이야기 나눔까지 잘 마쳤습니다.


참전군인 류진성과 함께한 전쟁기념관 해외파병실 탐방은 '우리는 전쟁과 기억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까'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구술활동에 대한 고민이 갈수록 깊어갑니다.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는 앞으로의 구술활동을 위해 공부하고, 이야기 나누며 활동을 꾸려갑니다!

구술 활동과 아카이브평화기억의 필드워크, 평화워크숍, 공론장 등 앞으로의 활동에도 관심갖고 함께해 주세요.


저희는 또 다른 소식을 들고 찾아올게요. 고맙습니다.


글 박혜진(노랭) / 사진 이선정(둘리), 은석, 노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