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기억 이야기다큐멘터리 <당신의 해방> 상영회 후기 나눔 - 아카이브평화기억과 함께하는 따뜻한 연말

2023년이 저물어갑니다. 올해 활동을 마무리하며 연말이 다가왔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어요.

한 해를 마감하며 지난 12월 7일에는 함께해 주신 분들과
다큐멘터리 <당신의 해방>을 관람하고 참전군인의 전쟁과 삶을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023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이틴즈 부문 우수작 다큐멘터리 <당신의 해방> 상영

- 정보: 다큐멘터리, 2023, 26min, 박혜진(노랭)감독


감독의 할아버지 김시호는 1969년 12월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평소라면 ‘꼰대의 이야기’로 여겼을 할아버지의 이야기, 그중에서도 전쟁의 기억과 삶의 이야기를 찾아간다. 참전군인 할아버지를 둔 또 다른 청년들의 이야기를 만나고, 고엽제 후유증으로 아직 끝나지 않은 할아버지의 전쟁을 마주한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당신의 해방과 나의 해방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질문한다.


◎프로그램

- 다큐<당신의 해방> 상영

- GV

◎일시 2023년12월07일(목) 오후 7시30분

◎장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26길 39, 지하1층 성미산마을극장

다큐 <당신의 해방>을 관람하는 모습


다큐멘터리 <당신의 해방>은 아카이브평화기억의 ‘2022국가폭력에 동원된 월남전 참전군인의 삶에 대한 연구_월남으로 간 동창생들’
프로젝트와 2023년 시민참여형구술활동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 활동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상영 후에는 감독이자 아카이브평화기억의 활동가 '노랭(박혜진)', 다큐멘터리 출연자이자 참전군인 손주 '유진',  아카이브평화기억 대표 '연두(석미화)' 이야기 손님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였습니다. 사회는 아카이브평화기억의 '담'이 맡아 진행해 주었어요. 


많은 분들이 자리해 주셨는데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신 덕분에 풍성한 이야기가 오고갔어요!
아쉽게도 함께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 주고받은 이야기를 공유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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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세 분을 소개 드려보고 싶어요.
노랭 감독의 작품은 이번이 두 번째 작품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첫 번째 작품에 관련된 소개도 잠깐 부탁드립니다.


노랭

일단 오늘 상영하면서 이렇게 뭔가 관객들 반응들 들을 수 있어서 되게 재미있었던 것 같고 이거는 아까 설명해준 것처럼 이 다큐는 두 번째로 만든 작품인데요. 첫 번째 작품은 '명: 우리 같지만 달라'라는 다큐로 똘추, 복순이라는 친구들과 같이 퀴어 청소년 당사자로서 같은 청소년 퀴어를 만나러 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두 번째 다큐인 <당신의 해방>을 통해 여러분과 만날 수 있어서 좋고 긴장도 되어요.


사회자

유진에게도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노랭의 연락을 받아서 인터뷰하게 된 과정과 할아버지가 참전군인인 것을 알게 된 계기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유진

노랭에게 연락이 오기 전에도 성미산학교 재학생들이 3년 전인가 4년 전에 저희 할아버지를 직접 만나뵙고 인터뷰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어요. 그때 두 차례 학생들과 저희 할아버지, 저, 저희 엄마가 같이 밥을 먹으면서 인터뷰를 했었고요. 그리고 좀 잊고 지냈는데 노랭에게 연락이 와서 이번에 저를 인터뷰하고 싶다고 했어요. 처음에는 이게 아직 안 끝났나, 둘이 같은 건가 다른 건가 이런 생각을 했어요. ㅎㅎ 노랭과 인터뷰했을 당시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을 때라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그래도 다시 기억해보면 좋을 것 같아 했던 것 같아요. 할아버지 참전 소식은 계속 익숙하게 알고 있었어서 정확한 시기를 측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사회자

연두에게 이제 질문드리고 싶은 것은 베트남전쟁에 관련하여 상당히 오랫동안 활동하셨는데, 어떻게 처음 알게 되었고 문제의식과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가 궁금해요.


연두

베트남전쟁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활동한 건 2014년부터고요. 실은 참전군인에게 집중을 하기보다는 한국 사회가 집중해 왔던
한국군 민간인학살 관련 활동을 하면서 참전군인을 어떻게 만나야 될까라는 고민을 갖게 됐어요.
그런 고민 속에서 참전군인과 구술이라는 방법으로 만나게 됐고 유진 할아버님도 제가 성미산학교 친구들과 같이 만났습니다.
구술 이후 제가 전해 들은 얘기는 가족분들이 사실 할아버지가 월남에 갔다 왔다는 것은 알지만 갔다 온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거예요. 구술 작업이 이후 가족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했어요. 

사회자

혹시 유진은 인터뷰 자리에서 할아버지의 참전 경험에 대한 내용을 듣고서 할아버지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아니면 다르게 보게 된 지점들이 있을까요? 


유진

할아버지가 되게 정이 많으셨고 저한테 너무 따뜻하고 그래서 제 입학식과 졸업식, 심지어 학교도 되게 자주 오셨었어요. 저한테 너무 관심이 많으셔서 좀 부담스러워하고 막 좀 피해 다니고 할 정도로 할아버지와 저의 관계는 특별하고 애틋했지만 제가 할아버지의 삶에 대해서 궁금해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집을 자꾸 여기저기에 지으셔서 엄마랑 계속 싸웠거든요. 왜 또 지었냐 하면  팔고 또 짓고. 그런데 인터뷰를 하면서 할아버지가 공병이어서 그랬던 거구나 처음 알게 됐어요. 많은 걸 새롭게 알게 된 계기였습니다.



사회자

이번엔 연두에게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활동도 많이 하시고 가족 중에 참전군인도 계시잖아요. 참전군인의 가족이란 것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요. 그리고 다큐에서도 나왔듯이 베트남전쟁은 끝났을 수 있지만 영향은 사실 끝난 게 아니잖아요.
그게 지금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연두

저희 집의 사례나 제가 만났던 분들의 경험 정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구술 작업할 때 참전군인만 만나지 않거든요. 참전군인과 가족분들을 같이 만나요. 그 이유는 전쟁이라고 하는 것이 결국 본인한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가족의 역사 속에서 많이 만나기 때문이예요. 그랬을 때 가족도 함께 겪는 전쟁의 흔적들이 굉장히 많아요. 다큐에 나오는 가은의 할아버지도 성격도 고약하고 너무 무서웠는데
할아버지가 전쟁을 다녀온 경험을 알게 되고 좀 이해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거든요. 근데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또 제가 과거에 했던 활동 중에 군대에서 사망한 분들의 사망원인을 조사하는 일을 했었는데, 그 일을 통해 군대 안에서의 구조적인 부조리 문제와 트라우마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전쟁과 폭력의 경험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면서 삼촌의 이야기에 주목을 하게 되었어요.


사회자

이번에는 노랭에게 다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다큐 마지막 부분에 할아버지 해방과 나의 해방이라는 맥락의 이야기가 나왔었는데요. 두 존재의 해방이 어떻게 서로 연결될 수 있는가 하는 것들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노랭

뭔가 마지막에 갑자기 나오는 것 같기도 한 그 부분이군요. 하하. 후반부에 나무, 숲과 같은 사진들도 나오는데요. 사실 여러 사회적 이슈들을 계속 접하면서 전쟁이 전투의 상황뿐만 아니라 그 이후, 그리고 그 전쟁이라는 것이 군사적인 의미의 전쟁 뿐만 아니라 권력에 의해 삶이 파괴되는 순간들과도 겹쳐서 보였던 것 같아요. 그런 구조는 나 또한 소비하며 가담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그런 착취 구조에서 혐오를 당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 그 삶이 파괴되는 구조에 내가 연루돼 있고, 할아버지도 속해 있다면 할아버지가 해방이 되었을 때
나 또한 해방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질문을 마지막에 던졌던 것 같아요.


사회자

이번에는 관객분들 질문 혹은 소감 같은 게 있으시면 나누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관객

저는 이전 세대랑 이야기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리고 유진의 할아버지께서 끝까지 어떤 의미에서는 말씀을 가족들에게 전하지 않으셨다고 하는 게 참 더 깊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저도 막상 저는 뭐 할아버지 할머니보다는 당장 우리 어머님만 할지라도 나 이전에 엄마의 삶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들기도 했거든요. 감독님께 드리고 싶은 질문은요. 정말 이 30분 안에 영상을 편집하고자 한다면 할아버님의 그 다양한 이야기 가운데 어쩔 수 없이 잘라내야만 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런 이야기 가운데 여기에 실리지 못했지만 좀 인상 깊었거나 들려주실 수 있을 만한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면 듣고 싶습니다. 


노랭

딱 한 장면이 생각나는 건 없지만,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저도 할아버지를 생각했을 때 그냥 김시호가 아니라 내가 태어난 이후 할아버지라는 존재가 너무 크게 다가왔었어요. 그래서 할아버지의 이전의 삶들에 대해서 조금 더 담아보고 싶은 것 같아요. 그때 고등학교를 나오기는 되게 힘들었는데 농업고등학교를 나오고, 아버지의 농사를 물려받을지 그 선택 과정에서 군대를 가게 되었고 그렇게 파병으로 이어진 그런 과정을 듣기도 했어요.


관객

나레이션이 너무 좋았어요. 저도 교정기를 낀 적이 있었는데 교정기를 낀 그 순간에만 나올 수 있는 발음이 있어요. 그리고 그 이물감 같은 게 있잖아요. 편집 과정에서 아까 말씀해 주셨지만 썰어내는 장면들도 있고 들었지만 전달하고 싶지 않은 장면들도 있었을 테고 그런 것들을 이렇게 담아낸 걸 보면서 사실 이게 할아버지의 삶이고 할아버지의 경험이자 그의 이야기인데 편집 과정을 통해서 개입을 한 거잖아요. 선별 과정이 있는 거고 저는 그게 참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좀 하게 되었고요.  아까 감독님의 말로는 당사자성이 첫 번째 작품이었으며 두 번째 작품 좀 달랐다고 하시는데 저는 되게 그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당사자성이라고 하는 게 어떻게 감독한테 스며들었는지가 보여서 너무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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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를 통해 두 명의 손주는 참전군인 할아버지 얘기를 하고 있고, 감독 또한 영화를 통해서 할아버지 얘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해방> 상영회 자리에는 베트남전쟁 참전군인 두 분이 함께 자리해 주셨는데요. 참전 경험과 더불어 10 - 20대의 눈으로 말하는 할아버지의 모습들에 관한 참전군인의 이야기를 나누어 주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함께 영화를 관람한 두 분의 참전군인 이야기를 들어 보았어요.


관객(참전군인)

지금 어디 가서 누가 물으면 어르신들은 (베트남전쟁) 그거 얘기 안 합니다. 안 하고 그런 거 알 필요도 없다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참전군인들이 어떻게 살고 있다는 걸 좀 밝혀줬으면 안 좋겠나 그런 생각이에요. 그런데 지금 국가는 이제 우리 전우들한테 잘 보여주다 보니까 그 얘기를 거의 안 합니다. 뭐라고 하면 얘기 안 하고 뭐 얘기하면 그냥 알았다 하고 그래서 제가 좀 갑갑한데 해서 그걸 우리가 이제 모르겠어요. 그래서 일부러 오늘도 젊은 사람들 하는데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가지고 여러분들이 일하는 데 좀 힘이 생겼으면 싶어서 왔습니다.


관객(참전군인)

우리는 국가가 팔았던 거예요. 내가 개인적으로 용병으로 간 게 아니고 그땐 국가가 파는 거야. 그 당시에 이승만도 우리를 용병으로 보내겠다고 그랬고 또 박정희도 자발적으로 용병으로 보내겠다고 그랬어. 미국에서 강제로 이렇게 한 것이 아닌, 미국은 오히려 반대를 했죠. 우리가 보낸 그런 상황을 더 담았으면 좋았겠어요. 나 같은 경우에는  맨 말단에 정글을 다니면서 진짜 작전을 수행하는 그런 부대였어요. 그러니까 작전 나가기 전에는 이제 불안하니까 보통 한 3일 내지 5일 전에 작전 명령이 떨어져. "며칠 날 작전 나간다" 그럼 작전 나가는 날까지 그냥 불안해. 이번에 나가면 죽을까 살까? 그래서 전쟁판 하나의 이상한 풍습이 있었는데 여자의 팬티를 입고 있으면 총알을 안 맞는다. 참전군인들이 매우 강한 용사들인 것 같은데 심리는 그렇게 약해. 죽을 것 같은 그런 그러니까 살아왔으면 하는 그런 이제 마음이 간절한 게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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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해방> 상영회 -  아카이브평화기억과 함께하는 따뜻한 연말' 자리는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리는 영화를 매개로 참전군인의 전쟁과 삶을 들여다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어요. 우리와 함께한 두 분의 참전군인은 영화를 보며 마음이 따뜻했다는 후기를 남겨주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두 분 참전 군인이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 우리가 서로 나눈 이야기, 소통의 자리가 여러 생각을 낳기도 했어요. 앞으로도 소박하고 작은 자리로 전쟁과 평화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까지 말이죠.


후원회원, 참전군인, 활동가 등 우리 곁의 다양한 분들이 함께 자리해 주신 덕분에 행사 이름처럼 따뜻하게,
아카이브평화기억의 한해 활동을 매듭지을 수 있었어요. 이 힘으로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사진: 똘추, 아정, 연두, 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