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카이브평화기억이에요.
저희는 지난 10월 21~22일, 활동가들과 함께 분단과 전쟁의 흔적을 만나기 위해 DMZ 탐방을 다녀왔어요.
시민참여형 DMZ 생태조사 활동을 하고 계신 백홍석님께서 저희를 안내해 주셨어요.
지도에는 보이지 않는 민통선 내 마을들과 이 무렵 찾아오는 철새들에 대해 소개해 주셨답니다.
민간인 통제 구역에 들어왔어요. 임진강변 주변을 걸으며 이곳의 생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추수 전, 잘 익은 벼 덕분에 가을 내음이 물신 났어요. 파랑과 노랑 물결이 가을색으로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동물의 발자국과 도꼬마리 풀.
이곳의 첫 인상은 이상하리만큼 평화로웠어요.
하지만 전쟁의 흔적 또한 찾아볼 수 있었어요.
마을사람들은 밭을 넓히면서 지뢰를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임진강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온 지뢰 섬 한켠에 모여있을 만큼 지뢰에 관한 안내를 곳곳에서 만났어요.
DMZ 내에는 통일촌이라는 마을이 있어요. 통일촌은 박정희 정부 시기에 전략적 시범농촌 건설을 목표로 1973년 8월에 건립되었어요. 첫 입주자는 제대 장병 40호, 이 지역 원주민 40호였다고 해요. 통일촌 건립 당시 이스라엘의 키부츠 촌을 본 따 낮에는 일을 하고, 유사시에는 전투에 임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고 합니다.
통일촌에는 그 지역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는 마을박물관이 있어요. 이곳에는 마을 사람들이 기증한 물건부터 그들의 문화와 풍습, 역사를 알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민간인 통제구역이자 군사지역 안에 살고 있는 이 곳 사람들은 지금도 지뢰와 무기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전시관에는 마을 일대에서 사용되거나 버려진 무기가 함께 전시되어 있어요.
집 밖은 온통 미확인 지뢰지대
"지뢰는 전쟁에서 전술적 가치가 높지만 민간인 희생을 불러온다. 전쟁 종료 후에도 장기간에 걸쳐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다. 처음 마을에 들어왔을 때는 집밖이 온통 '미확인 지뢰지대'였다. 지금도 이 마을 주변에는 지뢰밭과 농토가 공존하고 있다."
통일촌 마을박물관 전시내용 중
통일촌 마을박물관의 전시물들
겨울에 임진강이 얼면 '핑핑'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난다고 해요.
군사작전으로 군인들이 많이 죽기도 했다고 합니다.
통일촌은 한국전쟁과 분단에 대해 지금도 진행중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어요.
캠프그리브스와 워리어베이스 입구 표지판
민간인통제구역내에는 지금은 반환된 미군기지 캠프그리브스가 있습니다. 얼마전 이곳에서 DMZ국제영화제가 열리기도 했는데요. 캠프그리브스는 DMZ 남방한계선에서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캠프그리브스는 국내 가장 오래된 미군기지 중 한 곳으로 미군이 1953년부터 조성하여 미 육군 2사단 506연대가 2004년 8월 철수할 때까지 50여 년간 주둔했던 곳이기도 해요. 2007년 우리나라로 반환 이후, 경기도가 2013년 역사·문화 체험시설로 개방한 이곳은 미군이 사용했던 건축물을 원형 그대로 보존 활용한 민통선 내 역사·문화·예술 체험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캠프그리브스 인근에는 '워리어베이스'라는 곳이 있습니다. 워리어베이스는 미군병사들이 훈련을 받는 곳이라고 합니다. 인근 공동경비구역 JSA 입구와 개성공단으로 가는 남북출입사무소도 들렀습니다. 지금은 인적이 드문 곳이 되었지만 다시 남과 북의 교류가 이어지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래봅니다.
DMZ의 장소성이 비추는 다크투어의 한계와 가능성 - 심아정(독립연구활동가)
하루를 마무리하며 민간인통제구역 내 여러 장소를 탐방하며 우리가 만난 '전쟁'과 '평화'에 대한 단상을 나누었어요. 그리고 지난 7월 베트남 DMZ과 남부지역을 답사한 아정의 발제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역사와 장소성에 대한 이야기, 상업화된 다크투어리즘 앞에서 한국 DMZ관광이 갖는 현주소를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베트남 고무농장에서 마주한 에코사이드의 현장, 롱탄 전투로 대표되는 베트남전 참전 호주군의 참전서사를 마주하고 참전 여성의 서사에 있어 헌신과 기여의 대상이 국가와 가족이어야하는지 그 너머 지워진 여성들의 전쟁경험에 대해 이야기나누었습니다. 역사와 장소성이라는 주제 아래 우리가 답사한 민간인통제구역 내 여러 장소들은 현재도 진행중인 분단과 전쟁의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어떻게 전쟁에 대해 발화하고 기억해야할까요? 고민이 점점 깊어갑니다.
이튿날은 민통선 일대에서 나고 자란,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과 마을탐방에 나섰습니다.
지금은 민간인통제구역이 된 이 마을은 과거에 한양으로 가는 길목에 있고, 임진강변에 위치하고 있어 많은 이들이 오가고 왕래가 활발했던 곳이라고 해요. 한국전쟁을 겪으며 이 지역은 군사지역으로 편입되었습니다. 전쟁 시기에는 미군 폭격으로 인해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지역은 제삿날이 같은 집이 많다고 해요. 이곳의 사람들은 억울한 죽음에 대해 국가로부터 보상받거나 위로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곳이 작전지역에 포함되어 있어 폭격에 의한 학살이 민간인학살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작전지역이므로 인정받지 못하는 죽음이라니... 그곳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억울한 죽음을 만났습니다.
장산전망대에 오르면 이 지역 지형과 개성까지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우리가 간 날은 날씨가 청명해 개성, 송악산까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은 분단이 고착화되지 않았던 시절, 임진강을 건너와 술을 마시고 외상값을 달아 놓았던 공작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어린시절 동네 어른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라고 합니다. 사실상 38선은 눈에 보이는 선이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저 옆동네였던 곳에 세월이 흐르며 넘어갈 수 없는 철조망이 생긴 것이지요. 남과 북을 가르는 경계가 뚜렷한 지금의 감각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였어요.
민간인통제구역은 전쟁과 분단의 흔적을 가까이서 만나는 공간임과 동시에,
철새 도래지 등 비인간동물의 삶터 역할을 하고 있는 모순적인 공간이기도 했어요.
이번 필드워크는 현재 우리가 전쟁을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장소로 DMZ 탐방을 다녀왔어요.
우리에게 전쟁은 '분단'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바꿈하여 계속되고 있습니다. 불과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전쟁'과 '분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번 탐방은 전쟁을 가까이 바라봄으로써 우리가 자리하고 안주하는 평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어요. 우리가 베트남전쟁, 참전군인과의 만남을 통해 '평화'를 이야기하듯 최고의 '반전'은 '전쟁'을 기억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생각했어요.
사진: 둘리 아정 미화 노랭
안녕하세요! 아카이브평화기억이에요.
저희는 지난 10월 21~22일, 활동가들과 함께 분단과 전쟁의 흔적을 만나기 위해 DMZ 탐방을 다녀왔어요.
시민참여형 DMZ 생태조사 활동을 하고 계신 백홍석님께서 저희를 안내해 주셨어요.
지도에는 보이지 않는 민통선 내 마을들과 이 무렵 찾아오는 철새들에 대해 소개해 주셨답니다.
민간인 통제 구역에 들어왔어요. 임진강변 주변을 걸으며 이곳의 생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추수 전, 잘 익은 벼 덕분에 가을 내음이 물신 났어요. 파랑과 노랑 물결이 가을색으로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동물의 발자국과 도꼬마리 풀.
이곳의 첫 인상은 이상하리만큼 평화로웠어요.
하지만 전쟁의 흔적 또한 찾아볼 수 있었어요.
마을사람들은 밭을 넓히면서 지뢰를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임진강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온 지뢰 섬 한켠에 모여있을 만큼 지뢰에 관한 안내를 곳곳에서 만났어요.
DMZ 내에는 통일촌이라는 마을이 있어요. 통일촌은 박정희 정부 시기에 전략적 시범농촌 건설을 목표로 1973년 8월에 건립되었어요. 첫 입주자는 제대 장병 40호, 이 지역 원주민 40호였다고 해요. 통일촌 건립 당시 이스라엘의 키부츠 촌을 본 따 낮에는 일을 하고, 유사시에는 전투에 임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고 합니다.
통일촌에는 그 지역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는 마을박물관이 있어요. 이곳에는 마을 사람들이 기증한 물건부터 그들의 문화와 풍습, 역사를 알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민간인 통제구역이자 군사지역 안에 살고 있는 이 곳 사람들은 지금도 지뢰와 무기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전시관에는 마을 일대에서 사용되거나 버려진 무기가 함께 전시되어 있어요.
통일촌 마을박물관의 전시물들
겨울에 임진강이 얼면 '핑핑'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난다고 해요.
군사작전으로 군인들이 많이 죽기도 했다고 합니다.
통일촌은 한국전쟁과 분단에 대해 지금도 진행중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어요.
캠프그리브스와 워리어베이스 입구 표지판
민간인통제구역내에는 지금은 반환된 미군기지 캠프그리브스가 있습니다. 얼마전 이곳에서 DMZ국제영화제가 열리기도 했는데요. 캠프그리브스는 DMZ 남방한계선에서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캠프그리브스는 국내 가장 오래된 미군기지 중 한 곳으로 미군이 1953년부터 조성하여 미 육군 2사단 506연대가 2004년 8월 철수할 때까지 50여 년간 주둔했던 곳이기도 해요. 2007년 우리나라로 반환 이후, 경기도가 2013년 역사·문화 체험시설로 개방한 이곳은 미군이 사용했던 건축물을 원형 그대로 보존 활용한 민통선 내 역사·문화·예술 체험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캠프그리브스 인근에는 '워리어베이스'라는 곳이 있습니다. 워리어베이스는 미군병사들이 훈련을 받는 곳이라고 합니다. 인근 공동경비구역 JSA 입구와 개성공단으로 가는 남북출입사무소도 들렀습니다. 지금은 인적이 드문 곳이 되었지만 다시 남과 북의 교류가 이어지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래봅니다.
DMZ의 장소성이 비추는 다크투어의 한계와 가능성 - 심아정(독립연구활동가)
하루를 마무리하며 민간인통제구역 내 여러 장소를 탐방하며 우리가 만난 '전쟁'과 '평화'에 대한 단상을 나누었어요. 그리고 지난 7월 베트남 DMZ과 남부지역을 답사한 아정의 발제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역사와 장소성에 대한 이야기, 상업화된 다크투어리즘 앞에서 한국 DMZ관광이 갖는 현주소를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베트남 고무농장에서 마주한 에코사이드의 현장, 롱탄 전투로 대표되는 베트남전 참전 호주군의 참전서사를 마주하고 참전 여성의 서사에 있어 헌신과 기여의 대상이 국가와 가족이어야하는지 그 너머 지워진 여성들의 전쟁경험에 대해 이야기나누었습니다. 역사와 장소성이라는 주제 아래 우리가 답사한 민간인통제구역 내 여러 장소들은 현재도 진행중인 분단과 전쟁의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어떻게 전쟁에 대해 발화하고 기억해야할까요? 고민이 점점 깊어갑니다.
이튿날은 민통선 일대에서 나고 자란,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과 마을탐방에 나섰습니다.
지금은 민간인통제구역이 된 이 마을은 과거에 한양으로 가는 길목에 있고, 임진강변에 위치하고 있어 많은 이들이 오가고 왕래가 활발했던 곳이라고 해요. 한국전쟁을 겪으며 이 지역은 군사지역으로 편입되었습니다. 전쟁 시기에는 미군 폭격으로 인해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지역은 제삿날이 같은 집이 많다고 해요. 이곳의 사람들은 억울한 죽음에 대해 국가로부터 보상받거나 위로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곳이 작전지역에 포함되어 있어 폭격에 의한 학살이 민간인학살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작전지역이므로 인정받지 못하는 죽음이라니... 그곳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억울한 죽음을 만났습니다.
장산전망대에 오르면 이 지역 지형과 개성까지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우리가 간 날은 날씨가 청명해 개성, 송악산까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은 분단이 고착화되지 않았던 시절, 임진강을 건너와 술을 마시고 외상값을 달아 놓았던 공작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어린시절 동네 어른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라고 합니다. 사실상 38선은 눈에 보이는 선이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저 옆동네였던 곳에 세월이 흐르며 넘어갈 수 없는 철조망이 생긴 것이지요. 남과 북을 가르는 경계가 뚜렷한 지금의 감각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였어요.
민간인통제구역은 전쟁과 분단의 흔적을 가까이서 만나는 공간임과 동시에,
철새 도래지 등 비인간동물의 삶터 역할을 하고 있는 모순적인 공간이기도 했어요.
이번 필드워크는 현재 우리가 전쟁을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장소로 DMZ 탐방을 다녀왔어요.
우리에게 전쟁은 '분단'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바꿈하여 계속되고 있습니다. 불과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전쟁'과 '분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번 탐방은 전쟁을 가까이 바라봄으로써 우리가 자리하고 안주하는 평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어요. 우리가 베트남전쟁, 참전군인과의 만남을 통해 '평화'를 이야기하듯 최고의 '반전'은 '전쟁'을 기억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생각했어요.
사진: 둘리 아정 미화 노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