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아카이브평화기억 사무실에서 한결을 만났다. 한결은 아카이브평화기억이 주최하는 구술 공유회부터 공론장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에 부지런히 참여하는 우리 단체 후원 회원이다. 그는 이번에 출간된 『전쟁에 동원된 남자들』 북토크에도 빠지지 않고 자리해 책 두 권을 구매했다. 왜 두 권을 구매했냐는 석미화 대표의 물음에, “베트남전쟁에 관심있는 누군가를 만나면 선물하고 싶었다”는 말이 돌아왔다. 한결이 산 책의 주인은 전쟁과 평화에 관심있는 대학 후배가 되었다. 인연과 만남을 소중히 하는 그는 가지고 있는 이야기도 많았다. 다양한 만남 속에서, 한결과 아카이브평화기억의 인연을 들어보았다.

노랭
안녕하세요! 다양한 공간에서 오가며 만나왔지만, 서로 잘 모르고 있었구나 싶었어요. 한결 님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한결
저는 항상 소개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요새는 의미있는 일들 다양하게 찾아 활동하고 싶은 ‘꿈 많은 청년’으로 소개해요. 작가라던가, 작업을 가지고 저를 소개하는 게 좀 이상하더라고요. 하나의 단어로 소개하기엔 작업이 다양하기도 해요.
노랭
오히려 납작하게 정의하려고 하면 더 어려워지더라고요. ‘꿈 많은 청년’은 많은 걸 담고 있는 소개네요. 꿈이 많다고 하셨는데, 어떤 꿈을 꿔 오셨나요? 사실 저희는 퀴어 청소년 지원 사업에서 처음 만났잖아요. 그 이후에 난민 관련 활동도 하시고, 지금은 전쟁까지! 다양한 연결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한결
저는 주변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왔어요. ㅎㅎ 아버지와 어머니가 교육과 정부의 복지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무엇을 배우면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을 해보는 게 좋다는 이런 얘기를 많이 하셨어요. 커서는 친구들에게 영향을 받게 됐어요. 제가 학부 때 전공이 생물학이랑 환경 공학이었어요. 과학과 사회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여러 곳에서 활동하다 보니 제 주위에 소수자성을 지닌 다양한 친구들이 모이고, 그러니까 더욱 소수자 문제에 집중하게 된 것 같아요.
노랭
한결 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와도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양육자의 뜻에 따라 대안학교를 진학했는데요, 다양한 사회 문제를 접함과 동시에 자기 일로 고민하는 친구들이 생기니 저 또한 고민을 나누어 갖게 되더라고요. 한결 님은 다큐멘터리 작업이나 여러 전시 작업을 하고 계신 걸로 알아요. 어떤 작업들을 해오셨어요?

한결
제 작업은 매체가 정말 다양한데요. 사운드, 필름, 전시 등 여러 작업을 했어요. 그래서 저를 미디어 아티스트라고 표현해요. 내가 생각하는 주제를 그 상황에 맞게 최적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잘할 수 있는 매체는 몰입형 가상현실이에요. 그런데 작업을 하거나 연대 활동을 하다 보면 제가 가장 강점이라 생각하는 몰입형 가상현실은 접근성이 낮거든요. 몰입감을 줄 수 있고 국제적인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장점은 있어도 기기를 착용해야 된다는 어려움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저도 다양한 매체를 쓰게 된 거죠. 그래도 저는 몰입형 가상현실이 흥미로워요. 잘 접목해서 사회적인 메시지나 서사를 담아내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물론 연출을 적절히 한다는 가정 하에 말이에요.
노랭
확실히 넷플릭스보다 영화관에 갔을 때 더 몰입되는 게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몰입형 가상현실은 공간과 현장을 체감하면서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결 님은 표현하는 매체도 다양하고, 닿아있는 현장도 많은 것 같아요. 혹시 베트남전쟁과는 어떻게 연결되셨나요?
한결
갑자기 연결이 됐던 적이 있어요. 직접적으로 연결됐다기보다는 간접적으로 들었던 이야기들이 저에게 쌓였던 것 같아요. 제가 고등학생 때 강의를 들었는데 그 중에 베트남전쟁에 관해서 얘기해 주신 분이 계셨어요. 베트남전쟁을 다른 역사와 같이 ‘피해’와 ‘가해’ 두 부류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하셔서 충격적이었어요. 왜냐하면, 저에게 베트남전쟁은 명예로운 전쟁이었거든요. 단편적인 사실 말고는 베트남전쟁에 대해 접해본 기억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전쟁이라는 폭력적인 상황을 왜 그동안 명예롭게 단순화해서 봤을까? 하는 충격을 받았죠. 그러다 2023년 서울국제노인영화제에서 전쟁에 참전했던 어르신을 인터뷰하는 '기억 아카이빙 프로젝트: 인생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어요. 저는 베트남 참전군인 어르신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다양한 흔들림과 계기들이 저에게 있었던 것 같아요.
노랭
진한 계기들이 있었네요. 참전군인을 만나다 보면 얘기를 듣는 나에 대한 질문이 들기도 하고, 세대 차이가 있기도 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만남이었나요?
한결
걱정을 많이 하면서 인터뷰를 했었어요. 왜냐하면 참전군인에 대한 편견이 저에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참전군인이 아니더라도 나이 차이가 나면 성소수자 이슈라든지 제가 가진 정체성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걱정이 되거든요. 나는 지금 참전군인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만약 나의 성정체성이나 인권 활동을 하는 부분을 알고 나서 싫어하시면 어쩌지?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특이하게도 제가 인터뷰했던 김원철 어르신은 목사님이셨는데 그러다 보니까 제가 더 걱정을 했거든요. 그때 제 카톡 프로필이 무지개였어요. 어르신이 보시고는 “여러 곳에 연대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그런 거 걱정 안 해도 되니까 인터뷰 편하게 하자”고 먼저 얘기해 주셨어요. 제가 걱정하는 게 느껴졌었나 봐요. 우리가 서로 많이 다를 텐데도 저한테 먼저 다가와 주셨어요. 김원철 님은 답변에 능숙한 분이셨어요. 본인의 이야기를 다른 신문사와 인터뷰를 하신 적이 있을 정도로요. 준비된 서사가 있으셔서 듣는 것에 대한 고민이 되기도 했어요. 만남 이후 편집을 하려면 재단을 해야 되잖아요. 정해진 시간과 포맷이 있었어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객관적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저는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사실 에세이적으로 보완을 하고 싶었는데 제가 작품 마무리하는 시점에 정신건강이 좀 좋지 않았어요. 초안 낸 걸 그대로 상영을 했거든요. 아쉬움이 남죠.
노랭
다큐멘터리가 객관적이지 않다는 말에 동의해요. 감독의 의도와 관점이 들어있으니까요. 저도 참전군인을 만나오고 있는데, 한결 님처럼 저를 풍성히 소개하진 않거든요. 대부분 베트남전쟁 관련된 이야기로 저를 소개하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이 자신의 삶을 들려주는만큼 나도 그들과 삶을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번 『전쟁에 동원된 남자들』북토크에도 오셨잖아요. 어떠셨어요?
한결
지금까지 베트남 전쟁에 관하여 국가주의, 군사주의, 명예로운 전쟁처럼 전형적인 서술을 주로 접해왔어요. 하지만 『전쟁에 동원된 남자들』은 ‘전쟁’이라는 말 뒤에 가려진 이들의 삶을 만날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아요. 구술자와 구술기록자 모두가 지닌 진심과 그들이 품고 있던 다양한 물음들이 스며들어 있다고 느꼈어요. 전쟁과 연루된 사람들의 삶에 대하여 상상하고, 물어보고, 이해해 나가는 가능성을 기대해 보게 만들어준 책이었던 것 같아요. 복잡하고 힘든 일일지라도, 삶의 면면들을 들여다보고 마주하는 진정성 있는 대화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사회 안에 있는 무분별한 혐오나 소외를 넘어 평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시작점이 아닐까 싶었어요.
노랭
공론장마다 자리해 주셔서 어떤 마음으로 오실지 궁금했거든요. 이야기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갑자기 궁금해졌는데요. 한결 님은 새로운 자리를 찾아 움직이고, 활동을 하는 동력이 무엇인가요? 어떤 동기로 이렇게 작업을 하고 사람을 만나시는지 궁금해요.
한결
저는 제가 열심히 부인하고 있긴 한데요. ㅎㅎ 저는 저를 소개하며 항상 ‘인류애가 바닥난 사람’이라고 얘기를 해요. 그럼 저를 오랫동안 봐온 친구들이 “그렇지 않아, 너는 오히려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그만큼 더 크게 실망을 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거예요. 저는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거기서 얻는 에너지들이 저를 더 움직이게 해 줘요. 기본적으로는 사람을 좋아하는 게 동력인 것 같아요. 물론 이제 조심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하긴 해요.
노랭
그래도 저는 만남이 주는 힘을 믿어요. 한결님 말처럼, 오늘의 대화가 저에게는 에너지가 됐어요. 마지막으로 아카이브평화기억에 바라는 점과 한결님의 앞으로의 활동을 나누어 주세요!
한결
사실 많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본인의 일상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힘들 땐 좀 쉬고 일상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활동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활동을 지켜보며 일상과 돌봄의 균형을 지키려고 노력하신 부분들이 느껴지긴 했었거든요. 물론 이제 결과물이 잘 나오면 분명히 좋겠지만, 결국 잘 살려고 하는 활동이니까요. 그런 부분을 좀 바라고 있구요. 개인적으로는 요새 건강이 나아지면서 힘들었을 때 못한 것들을 다시 정리해 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도와주셨던 감사한 분들에게 연락도 드려보면서, 저도 저를 돌보면서 활동들을 해나가려 해요. 저는 저의 활동들을 가능하면 오픈하고 공유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작업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해 나가고 싶습니다.
인터뷰 글 노랭(박혜진)
7월 16일, 아카이브평화기억 사무실에서 한결을 만났다. 한결은 아카이브평화기억이 주최하는 구술 공유회부터 공론장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에 부지런히 참여하는 우리 단체 후원 회원이다. 그는 이번에 출간된 『전쟁에 동원된 남자들』 북토크에도 빠지지 않고 자리해 책 두 권을 구매했다. 왜 두 권을 구매했냐는 석미화 대표의 물음에, “베트남전쟁에 관심있는 누군가를 만나면 선물하고 싶었다”는 말이 돌아왔다. 한결이 산 책의 주인은 전쟁과 평화에 관심있는 대학 후배가 되었다. 인연과 만남을 소중히 하는 그는 가지고 있는 이야기도 많았다. 다양한 만남 속에서, 한결과 아카이브평화기억의 인연을 들어보았다.
노랭
안녕하세요! 다양한 공간에서 오가며 만나왔지만, 서로 잘 모르고 있었구나 싶었어요. 한결 님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한결
저는 항상 소개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요새는 의미있는 일들 다양하게 찾아 활동하고 싶은 ‘꿈 많은 청년’으로 소개해요. 작가라던가, 작업을 가지고 저를 소개하는 게 좀 이상하더라고요. 하나의 단어로 소개하기엔 작업이 다양하기도 해요.
노랭
오히려 납작하게 정의하려고 하면 더 어려워지더라고요. ‘꿈 많은 청년’은 많은 걸 담고 있는 소개네요. 꿈이 많다고 하셨는데, 어떤 꿈을 꿔 오셨나요? 사실 저희는 퀴어 청소년 지원 사업에서 처음 만났잖아요. 그 이후에 난민 관련 활동도 하시고, 지금은 전쟁까지! 다양한 연결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한결
저는 주변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왔어요. ㅎㅎ 아버지와 어머니가 교육과 정부의 복지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무엇을 배우면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을 해보는 게 좋다는 이런 얘기를 많이 하셨어요. 커서는 친구들에게 영향을 받게 됐어요. 제가 학부 때 전공이 생물학이랑 환경 공학이었어요. 과학과 사회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여러 곳에서 활동하다 보니 제 주위에 소수자성을 지닌 다양한 친구들이 모이고, 그러니까 더욱 소수자 문제에 집중하게 된 것 같아요.
노랭
한결 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와도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양육자의 뜻에 따라 대안학교를 진학했는데요, 다양한 사회 문제를 접함과 동시에 자기 일로 고민하는 친구들이 생기니 저 또한 고민을 나누어 갖게 되더라고요. 한결 님은 다큐멘터리 작업이나 여러 전시 작업을 하고 계신 걸로 알아요. 어떤 작업들을 해오셨어요?
한결
제 작업은 매체가 정말 다양한데요. 사운드, 필름, 전시 등 여러 작업을 했어요. 그래서 저를 미디어 아티스트라고 표현해요. 내가 생각하는 주제를 그 상황에 맞게 최적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잘할 수 있는 매체는 몰입형 가상현실이에요. 그런데 작업을 하거나 연대 활동을 하다 보면 제가 가장 강점이라 생각하는 몰입형 가상현실은 접근성이 낮거든요. 몰입감을 줄 수 있고 국제적인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장점은 있어도 기기를 착용해야 된다는 어려움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저도 다양한 매체를 쓰게 된 거죠. 그래도 저는 몰입형 가상현실이 흥미로워요. 잘 접목해서 사회적인 메시지나 서사를 담아내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물론 연출을 적절히 한다는 가정 하에 말이에요.
노랭
확실히 넷플릭스보다 영화관에 갔을 때 더 몰입되는 게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몰입형 가상현실은 공간과 현장을 체감하면서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결 님은 표현하는 매체도 다양하고, 닿아있는 현장도 많은 것 같아요. 혹시 베트남전쟁과는 어떻게 연결되셨나요?
한결
갑자기 연결이 됐던 적이 있어요. 직접적으로 연결됐다기보다는 간접적으로 들었던 이야기들이 저에게 쌓였던 것 같아요. 제가 고등학생 때 강의를 들었는데 그 중에 베트남전쟁에 관해서 얘기해 주신 분이 계셨어요. 베트남전쟁을 다른 역사와 같이 ‘피해’와 ‘가해’ 두 부류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하셔서 충격적이었어요. 왜냐하면, 저에게 베트남전쟁은 명예로운 전쟁이었거든요. 단편적인 사실 말고는 베트남전쟁에 대해 접해본 기억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전쟁이라는 폭력적인 상황을 왜 그동안 명예롭게 단순화해서 봤을까? 하는 충격을 받았죠. 그러다 2023년 서울국제노인영화제에서 전쟁에 참전했던 어르신을 인터뷰하는 '기억 아카이빙 프로젝트: 인생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어요. 저는 베트남 참전군인 어르신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다양한 흔들림과 계기들이 저에게 있었던 것 같아요.
노랭
진한 계기들이 있었네요. 참전군인을 만나다 보면 얘기를 듣는 나에 대한 질문이 들기도 하고, 세대 차이가 있기도 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만남이었나요?
한결
걱정을 많이 하면서 인터뷰를 했었어요. 왜냐하면 참전군인에 대한 편견이 저에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참전군인이 아니더라도 나이 차이가 나면 성소수자 이슈라든지 제가 가진 정체성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걱정이 되거든요. 나는 지금 참전군인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만약 나의 성정체성이나 인권 활동을 하는 부분을 알고 나서 싫어하시면 어쩌지?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특이하게도 제가 인터뷰했던 김원철 어르신은 목사님이셨는데 그러다 보니까 제가 더 걱정을 했거든요. 그때 제 카톡 프로필이 무지개였어요. 어르신이 보시고는 “여러 곳에 연대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그런 거 걱정 안 해도 되니까 인터뷰 편하게 하자”고 먼저 얘기해 주셨어요. 제가 걱정하는 게 느껴졌었나 봐요. 우리가 서로 많이 다를 텐데도 저한테 먼저 다가와 주셨어요. 김원철 님은 답변에 능숙한 분이셨어요. 본인의 이야기를 다른 신문사와 인터뷰를 하신 적이 있을 정도로요. 준비된 서사가 있으셔서 듣는 것에 대한 고민이 되기도 했어요. 만남 이후 편집을 하려면 재단을 해야 되잖아요. 정해진 시간과 포맷이 있었어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객관적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저는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사실 에세이적으로 보완을 하고 싶었는데 제가 작품 마무리하는 시점에 정신건강이 좀 좋지 않았어요. 초안 낸 걸 그대로 상영을 했거든요. 아쉬움이 남죠.
노랭
다큐멘터리가 객관적이지 않다는 말에 동의해요. 감독의 의도와 관점이 들어있으니까요. 저도 참전군인을 만나오고 있는데, 한결 님처럼 저를 풍성히 소개하진 않거든요. 대부분 베트남전쟁 관련된 이야기로 저를 소개하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이 자신의 삶을 들려주는만큼 나도 그들과 삶을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번 『전쟁에 동원된 남자들』북토크에도 오셨잖아요. 어떠셨어요?
한결
지금까지 베트남 전쟁에 관하여 국가주의, 군사주의, 명예로운 전쟁처럼 전형적인 서술을 주로 접해왔어요. 하지만 『전쟁에 동원된 남자들』은 ‘전쟁’이라는 말 뒤에 가려진 이들의 삶을 만날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아요. 구술자와 구술기록자 모두가 지닌 진심과 그들이 품고 있던 다양한 물음들이 스며들어 있다고 느꼈어요. 전쟁과 연루된 사람들의 삶에 대하여 상상하고, 물어보고, 이해해 나가는 가능성을 기대해 보게 만들어준 책이었던 것 같아요. 복잡하고 힘든 일일지라도, 삶의 면면들을 들여다보고 마주하는 진정성 있는 대화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사회 안에 있는 무분별한 혐오나 소외를 넘어 평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시작점이 아닐까 싶었어요.
노랭
공론장마다 자리해 주셔서 어떤 마음으로 오실지 궁금했거든요. 이야기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갑자기 궁금해졌는데요. 한결 님은 새로운 자리를 찾아 움직이고, 활동을 하는 동력이 무엇인가요? 어떤 동기로 이렇게 작업을 하고 사람을 만나시는지 궁금해요.
한결
저는 제가 열심히 부인하고 있긴 한데요. ㅎㅎ 저는 저를 소개하며 항상 ‘인류애가 바닥난 사람’이라고 얘기를 해요. 그럼 저를 오랫동안 봐온 친구들이 “그렇지 않아, 너는 오히려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그만큼 더 크게 실망을 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거예요. 저는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거기서 얻는 에너지들이 저를 더 움직이게 해 줘요. 기본적으로는 사람을 좋아하는 게 동력인 것 같아요. 물론 이제 조심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하긴 해요.
노랭
그래도 저는 만남이 주는 힘을 믿어요. 한결님 말처럼, 오늘의 대화가 저에게는 에너지가 됐어요. 마지막으로 아카이브평화기억에 바라는 점과 한결님의 앞으로의 활동을 나누어 주세요!
한결
사실 많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본인의 일상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힘들 땐 좀 쉬고 일상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활동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활동을 지켜보며 일상과 돌봄의 균형을 지키려고 노력하신 부분들이 느껴지긴 했었거든요. 물론 이제 결과물이 잘 나오면 분명히 좋겠지만, 결국 잘 살려고 하는 활동이니까요. 그런 부분을 좀 바라고 있구요. 개인적으로는 요새 건강이 나아지면서 힘들었을 때 못한 것들을 다시 정리해 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도와주셨던 감사한 분들에게 연락도 드려보면서, 저도 저를 돌보면서 활동들을 해나가려 해요. 저는 저의 활동들을 가능하면 오픈하고 공유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작업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해 나가고 싶습니다.
인터뷰 글 노랭(박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