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0일,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 3기 구성원들과 함께 용산 전쟁기념관 해외파병실을 다녀왔어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기억하라"
이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전쟁기념관 광장 중앙 바닥에 적혀있는 문구입니다.
전시를 둘러보고 그 앞에 잠시 서 보았습니다. 선명한 슬로건이지만 이 말은 전쟁기념관 안에서 우리의 생각과는 아주 다르게 해석되거나 표현되고 있습니다. 참전군인을 만나는 활동이 전쟁을 기억한다는 의미에서 이 문구와 연결되지만, 평화로 가기위한 방법론으로서 안보와 무기, 국력을 강조하는 논리와는 정반대의 것임을 알아차립니다.
평소에는 관심없이 지나치기만 했던 이 공간에 참전군인 구술활동에 함께하는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전시를 보며 그동안 세미나를 통해 조금씩 쌓아온 생각들을 나누었습니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쌀쌀한 날이었지만 3층 해외파병실 입구에서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토요일이라 그런가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날은 유독 가족 단위의 외국인 관람객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베트남전쟁은 한국 해외파병의 시작점입니다. 베트남전쟁이 끝난 이후 90년대초부터 평화유지군이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 해외파병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외파병실은 지속되는 분쟁지역 파병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조금씩 내용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반영이 현재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베트남전쟁에 대한 전시는 과거에 일어난 전쟁이고 국가 서사에 대한 구성이 완료되었기 때문에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서사의 중요성에 비해 주월한국군사령부나 맹호, 청룡, 백마, 100군수사령부 등 부대별 전시물품은 상대적으로 초라합니다. 더 많은 전시가 가능할 것 같지만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 보이기도 합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해외파병실 입구에 있는 세계지도가 이전과 달라진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해외파병의 시작연도인 1964년을 삭제했고, 그 외에는 전 세계에 많은 파병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파병은 과거와 같은 전투 중심의 참여는 아닐지라도, 무기, 의료, 물자 등의 지원을 통해 전쟁을 가능하게 하거나 지속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파병'의 의미와 그 영향에 대해 다시금 질문하게 하며, 베트남전쟁 이후 이어진 한국의 군사적 개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왔는지를 말해줍니다.
전쟁기념관은 줄곧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쟁기념관의 전시는 한국이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했다는 주된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전환점으로 베트남 전쟁 파병을 제시합니다. 전쟁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죽음과 피해는 쉽게 지워집니다.
"국가 서사를 만드는 작업을 굉장히 정교하게 하고 있다고 느껴요"
"전쟁을 기념하는 방식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되었어요"
"전쟁기념관에서 볼 수 없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을 구술로 채워가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이소연
저는 국가에 크게 관심이 없는 아나키스트 같은 성향이에요. 그래서 자발적으로는 전쟁기념관을 오지는 않았을 거예요. 근데 구술 활동에 참여하면서 오게 됐고, 와서 보니까 자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국가 서사를 만드는 작업을 굉장히 정교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어릴 때 받았던 반공 교육 같은 촌스러운 느낌이 아니라 굉장히 세련된 느낌이었어요. 앞으로도 뭔가를 감추고 드러내는 작업들을 좀 더 비판적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도움이 굉장히 많이 됐습니다.
조민지
이번 전쟁기념관 해외파병실 탐방은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였어요. 반공 이데올로기와 참전군인에 대한 영웅 서사를 볼 수 있었는데요. 국가의 프레임 속에서만 해석되고 설명되고 있는 전시 내용을 보면서, 구술채록 작업을 진행할 때 유의해야할 점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윤경회
저는 국가가 전쟁을 설명하는 방식을 예상했을 때, 감정적으로 동요시키는 방식의 전시를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늘 직접 보고 나니 결과적으로는 어떤 서사도 크게 마음에 남지 않았어요. 전쟁과 전투는 희생이나 피해에 연관되어 있는 건데, 아무런 감정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 단어로 담백하게 전쟁을 전시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이런 전시를 바탕으로 정보를 습득하면 안 되죠. 전쟁을 겪은 사람에게는 잊지 못하는 엄청난 사건인데, 우리가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고 보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들었어요.
채은
전쟁기념관은 입구에 있는 호국추모실부터 국가 중심의 시각과 영웅 서사를 너무나 강조하고 있잖아요. 그런 것이 질식할 정도로 힘들었었는데, 이번에 여러분과 다시 와서 설명을 같이 들으니까 전시 사이에 있는 공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전쟁을 ‘기념’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생각해 보는 것 같아요.
오뎅
저는 전쟁기념관 해외파병실을 3번 정도 왔어요. 매번 다른 분들과 왔었는데, 구성원에 따라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 전시를 통해 누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지 의도를 잘 모르겠어요. 전시를 통해 어떤 고민들을 할 수 있을까요? 정보들이 굉장히 많고, 재현해 놓은 것도 많지만, 비판적으로 보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가는 전시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렇게 사람들이랑 같이 오길 잘했다는 생각도 한편에선 들었던 것 같습니다. 좀 더 고민을 해 봐야 될 것 같아요.

이종찬
전시를 보며 ‘국가가 기억하는 전쟁’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렸던 것 같아요. 지난번에 세미나 때도 나눈 이야기지만, 미국 같은 경우는 이제 ‘잊혀진 전쟁’ 그리고 베트남 같은 경우는 ‘승리한 전쟁’으로 베트남전쟁을 기억하잖아요. 그럼 우리는 이 전쟁을 어떻게 기억하는 거지? 질문했을 때, 냉전 체제 아래서 ‘안보’와 ‘경제 발전’ 이 두 가지 키워드를 강조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 국가가 기억하는 전쟁 말고 우리 같은 인민은 어떻게 전쟁을 기억해야 할까? 질문하면서 전시를 봤어요. 그리고 베트남전쟁 파병 이후로 이어지는 해외 파병에 대해서도 궁금해졌어요. 민주화 이후에 한국 정부는 여러 가지 국제정세나 아니면 국익을 위해서 원하든 원치 않든 파병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잖아요. 그 결정이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졌고 어떻게 우리가 기억하고 접근을 해야 할지 의문들을 가지고 봤던 것 같습니다.
전혜정
처음 전시장에 들어갔을 때 부비 트랩을 먼저 보여주잖아요. 그걸 보고 베트콩이 이렇게 사람을 죽였다, 무작위로 죽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베트콩의 잔혹함과 야만성을 드러낸 것 같다고 느꼈어요. 이후 전시들도 뭘 강조하고 싶은지가 얼핏 느껴지는데, 전쟁기념관의 메시지가 반성의 메시지가 아닌 영웅적 서사의 나열이었던 것 같아요. 만약에 저희 같이 비판적으로 전시를 보는 게 아니고, 그냥 전시관에 오신 분들이 그 의도대로 이해를 하실까 궁금했어요.
노랭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어요. 우리는 콘텐츠에서 감정이 배제되면 ‘진실’,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만 같고, 그렇게 느끼지만 사실 ‘진실’이라고 보기에는 오류가 있잖아요. 감정이 없어도 전시에는 기관이나 작업자의 의도가 들어있는 것이고요. 그랬을 때 우리는 구술로 감정을 듣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전쟁을 성찰하는 것에는 감정이 빠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이야기에 접속될 것인가, 이야기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생각이 좀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우선 성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맥락을 벗어나는 게 필요하고, 참전군인을 만나는 것도 그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여진
전쟁기념관은 제가 엄청 어렸을 때, 엄마 아빠랑 같이 온 기억이 있어요. 그 이후로는 별로 오고 싶은 데는 아니더라고요. 무서운 곳인 것 같아서 굳이 와보지는 않았는데 오랜만에 와보니 정말 국가의 시선에서 만든 장소인 것 같아요. 되게 좀 비판적으로 봐야 되는 곳이었던 것 같고요. 저는 약간 좀 걱정이 됐던 게 베트남 지역 이름들이 조금 어렵더라고요. 기억이 잘 안 될 것 같아서 나중에 참전군인들의 말들을 좀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 뭐 이런 고민도 들었어요.
지희경
전시장 중앙에 대민 지원을 그 설명해 주신 부분이 있었잖아요. 토목 공사해주고. 근데 저희 할아버지도 만드는 걸 좋아하시고 건축물을 이렇게 만드는 거에 있어서도 다 본인이 혼자 하시려고 했던 고집도 있으셨고, 한평생 그런 쪽 일을 하셨었어요. 할아버지의 참전을 연결 지어서 생각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전쟁기념관에서 볼 수 없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작업을 이 인터뷰 구술 기록으로서 채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국가가 강해져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하는 전시를 보고, 우리는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그 평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 과정에서 사라진 목소리는 어떤 존재들인지 말입니다. 전시와 연결하여 우리는 ‘나’로부터 시작된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내가 어떤 관점에서 전쟁의 기억을 듣고, 말하며 구술 작업에 참여할 수 있을지 생각해봅니다. 탐방 후 찻집에 둘러앉아 서로 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사진 글 노랭
다양한 이들의 생각은 우리 활동을 풍성하게 만들어요.
저희는 또 새로운 이야기를 품고 다음 포스팅으로 돌아올게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기억하라"
이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전쟁기념관 광장 중앙 바닥에 적혀있는 문구입니다.
전시를 둘러보고 그 앞에 잠시 서 보았습니다. 선명한 슬로건이지만 이 말은 전쟁기념관 안에서 우리의 생각과는 아주 다르게 해석되거나 표현되고 있습니다. 참전군인을 만나는 활동이 전쟁을 기억한다는 의미에서 이 문구와 연결되지만, 평화로 가기위한 방법론으로서 안보와 무기, 국력을 강조하는 논리와는 정반대의 것임을 알아차립니다.
평소에는 관심없이 지나치기만 했던 이 공간에 참전군인 구술활동에 함께하는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전시를 보며 그동안 세미나를 통해 조금씩 쌓아온 생각들을 나누었습니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쌀쌀한 날이었지만 3층 해외파병실 입구에서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토요일이라 그런가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날은 유독 가족 단위의 외국인 관람객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베트남전쟁은 한국 해외파병의 시작점입니다. 베트남전쟁이 끝난 이후 90년대초부터 평화유지군이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 해외파병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외파병실은 지속되는 분쟁지역 파병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조금씩 내용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반영이 현재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베트남전쟁에 대한 전시는 과거에 일어난 전쟁이고 국가 서사에 대한 구성이 완료되었기 때문에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서사의 중요성에 비해 주월한국군사령부나 맹호, 청룡, 백마, 100군수사령부 등 부대별 전시물품은 상대적으로 초라합니다. 더 많은 전시가 가능할 것 같지만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 보이기도 합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해외파병실 입구에 있는 세계지도가 이전과 달라진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해외파병의 시작연도인 1964년을 삭제했고, 그 외에는 전 세계에 많은 파병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파병은 과거와 같은 전투 중심의 참여는 아닐지라도, 무기, 의료, 물자 등의 지원을 통해 전쟁을 가능하게 하거나 지속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파병'의 의미와 그 영향에 대해 다시금 질문하게 하며, 베트남전쟁 이후 이어진 한국의 군사적 개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왔는지를 말해줍니다.
전쟁기념관은 줄곧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쟁기념관의 전시는 한국이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했다는 주된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전환점으로 베트남 전쟁 파병을 제시합니다. 전쟁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죽음과 피해는 쉽게 지워집니다.
이소연
저는 국가에 크게 관심이 없는 아나키스트 같은 성향이에요. 그래서 자발적으로는 전쟁기념관을 오지는 않았을 거예요. 근데 구술 활동에 참여하면서 오게 됐고, 와서 보니까 자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국가 서사를 만드는 작업을 굉장히 정교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어릴 때 받았던 반공 교육 같은 촌스러운 느낌이 아니라 굉장히 세련된 느낌이었어요. 앞으로도 뭔가를 감추고 드러내는 작업들을 좀 더 비판적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도움이 굉장히 많이 됐습니다.
조민지
이번 전쟁기념관 해외파병실 탐방은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였어요. 반공 이데올로기와 참전군인에 대한 영웅 서사를 볼 수 있었는데요. 국가의 프레임 속에서만 해석되고 설명되고 있는 전시 내용을 보면서, 구술채록 작업을 진행할 때 유의해야할 점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윤경회
저는 국가가 전쟁을 설명하는 방식을 예상했을 때, 감정적으로 동요시키는 방식의 전시를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늘 직접 보고 나니 결과적으로는 어떤 서사도 크게 마음에 남지 않았어요. 전쟁과 전투는 희생이나 피해에 연관되어 있는 건데, 아무런 감정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 단어로 담백하게 전쟁을 전시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이런 전시를 바탕으로 정보를 습득하면 안 되죠. 전쟁을 겪은 사람에게는 잊지 못하는 엄청난 사건인데, 우리가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고 보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들었어요.
채은
전쟁기념관은 입구에 있는 호국추모실부터 국가 중심의 시각과 영웅 서사를 너무나 강조하고 있잖아요. 그런 것이 질식할 정도로 힘들었었는데, 이번에 여러분과 다시 와서 설명을 같이 들으니까 전시 사이에 있는 공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전쟁을 ‘기념’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생각해 보는 것 같아요.
오뎅
저는 전쟁기념관 해외파병실을 3번 정도 왔어요. 매번 다른 분들과 왔었는데, 구성원에 따라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 전시를 통해 누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지 의도를 잘 모르겠어요. 전시를 통해 어떤 고민들을 할 수 있을까요? 정보들이 굉장히 많고, 재현해 놓은 것도 많지만, 비판적으로 보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가는 전시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렇게 사람들이랑 같이 오길 잘했다는 생각도 한편에선 들었던 것 같습니다. 좀 더 고민을 해 봐야 될 것 같아요.
이종찬
전시를 보며 ‘국가가 기억하는 전쟁’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렸던 것 같아요. 지난번에 세미나 때도 나눈 이야기지만, 미국 같은 경우는 이제 ‘잊혀진 전쟁’ 그리고 베트남 같은 경우는 ‘승리한 전쟁’으로 베트남전쟁을 기억하잖아요. 그럼 우리는 이 전쟁을 어떻게 기억하는 거지? 질문했을 때, 냉전 체제 아래서 ‘안보’와 ‘경제 발전’ 이 두 가지 키워드를 강조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 국가가 기억하는 전쟁 말고 우리 같은 인민은 어떻게 전쟁을 기억해야 할까? 질문하면서 전시를 봤어요. 그리고 베트남전쟁 파병 이후로 이어지는 해외 파병에 대해서도 궁금해졌어요. 민주화 이후에 한국 정부는 여러 가지 국제정세나 아니면 국익을 위해서 원하든 원치 않든 파병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잖아요. 그 결정이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졌고 어떻게 우리가 기억하고 접근을 해야 할지 의문들을 가지고 봤던 것 같습니다.
전혜정
처음 전시장에 들어갔을 때 부비 트랩을 먼저 보여주잖아요. 그걸 보고 베트콩이 이렇게 사람을 죽였다, 무작위로 죽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베트콩의 잔혹함과 야만성을 드러낸 것 같다고 느꼈어요. 이후 전시들도 뭘 강조하고 싶은지가 얼핏 느껴지는데, 전쟁기념관의 메시지가 반성의 메시지가 아닌 영웅적 서사의 나열이었던 것 같아요. 만약에 저희 같이 비판적으로 전시를 보는 게 아니고, 그냥 전시관에 오신 분들이 그 의도대로 이해를 하실까 궁금했어요.
노랭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어요. 우리는 콘텐츠에서 감정이 배제되면 ‘진실’,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만 같고, 그렇게 느끼지만 사실 ‘진실’이라고 보기에는 오류가 있잖아요. 감정이 없어도 전시에는 기관이나 작업자의 의도가 들어있는 것이고요. 그랬을 때 우리는 구술로 감정을 듣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전쟁을 성찰하는 것에는 감정이 빠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이야기에 접속될 것인가, 이야기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생각이 좀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우선 성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맥락을 벗어나는 게 필요하고, 참전군인을 만나는 것도 그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여진
전쟁기념관은 제가 엄청 어렸을 때, 엄마 아빠랑 같이 온 기억이 있어요. 그 이후로는 별로 오고 싶은 데는 아니더라고요. 무서운 곳인 것 같아서 굳이 와보지는 않았는데 오랜만에 와보니 정말 국가의 시선에서 만든 장소인 것 같아요. 되게 좀 비판적으로 봐야 되는 곳이었던 것 같고요. 저는 약간 좀 걱정이 됐던 게 베트남 지역 이름들이 조금 어렵더라고요. 기억이 잘 안 될 것 같아서 나중에 참전군인들의 말들을 좀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 뭐 이런 고민도 들었어요.
지희경
전시장 중앙에 대민 지원을 그 설명해 주신 부분이 있었잖아요. 토목 공사해주고. 근데 저희 할아버지도 만드는 걸 좋아하시고 건축물을 이렇게 만드는 거에 있어서도 다 본인이 혼자 하시려고 했던 고집도 있으셨고, 한평생 그런 쪽 일을 하셨었어요. 할아버지의 참전을 연결 지어서 생각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전쟁기념관에서 볼 수 없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작업을 이 인터뷰 구술 기록으로서 채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국가가 강해져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하는 전시를 보고, 우리는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그 평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 과정에서 사라진 목소리는 어떤 존재들인지 말입니다. 전시와 연결하여 우리는 ‘나’로부터 시작된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내가 어떤 관점에서 전쟁의 기억을 듣고, 말하며 구술 작업에 참여할 수 있을지 생각해봅니다. 탐방 후 찻집에 둘러앉아 서로 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사진 글 노랭
아카이브평화기억은 <전쟁기념관, 평화로 읽다> 전쟁기념관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심 생기셨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해 주세요.
함께 전쟁기념관을 탐방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해 봐요:)
https://peacememo.org/34/?idx=15532474&bmode=view
저희는 또 새로운 이야기를 품고 다음 포스팅으로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