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2025 세미나 「한국사회의 베트남전쟁 기억과 참전군인의 기억투쟁」 함께 읽고 만나요!

시민참여형 구술활동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 세 번째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우리는 4월 29일 저녁 7시, 온라인 줌으로 만났어요. 이 시간에는 강유인화, 2013, 「한국사회의 베트남전쟁 기억과 참전군인의 기억투쟁」, 『사회와 역사』, 97:105-135, 한국사회사학회 논문을 읽고, 짧은 글을 적고 모여 이야기 나눴어요.


「한국사회의 베트남전쟁 기억과 참전군인의 기억투쟁」은 참전군인의 기억투쟁 과정과 베트남전쟁의 다층적인 면을 주목하고 있는 논문이에요. 베트남전쟁 파병 당시부터 현재까지,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에서 발화되었던 담론들을 통해 그 흐름이 계속해서 바뀌어왔다는 걸 인식할 수 있었어요. 


 ‘전쟁에 대한 기억은 국가에 의해 단일하게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 전쟁 기억은 국가를 포함한 다양한 집단들 간의 갈등과 협상, 투쟁의 과정에서 구성되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것’(「한국사회의 베트남전쟁 기억과 참전군인의 기억투쟁」106쪽)이라는 말처럼

얽혀있는 다양한 입장들을 인식하고, 사유하는 과정으로써 이번 세미나가 진행되었어요.



「한국사회의 베트남전쟁 기억과 참전군인의 기억투쟁」 읽고, 생각 나누기


김예린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의 기억은 단지 주변적인 것들이 아니라, 역사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반드시 복원되어야 할 중요한 조각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국가가 짜놓은 일관된 역사 서사의 이면에, 말하지 못하거나 지워진 수많은 개인들의 경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특히, 공식 기록이나 기념물이 영웅적인 이미지만을 강조하는 동안, 전쟁이 남긴 상처를 안고 살아야 했던 참전군인들의 삶, 그리고 한국군에 의해 고통받은 베트남 민간인들의 목소리는 외면당했다는 점은 문제의식을 일깨워 줬다. 국가의 입장에서 조작되거나 정리된 기억이 아닌, 개인의 목소리를 통해 '다른 역사'를 재구성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이 또 하나의 주인공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군인들,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삶이 파괴된 베트남 민간인들 모두가 각자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기억들은 일방적으로 ‘승리’나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환원될 수 없다.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의 기억은 단순한 주변적 사실이 아니라, 역사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복원되어야 할 중요한 조각이다. 거대한 서사 속에서 생긴 '구멍'을, 소외된 이들의 구술기록을 통해 메우고자 하는 것은, 단지 과거를 복원하는 것이 아닌, 앞으로의 사회가 소외와 상처를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오뎅

"호명하는 것엔 힘이 있어요. 참전군인과 만나며 그들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고민하게 됩니다"

참전군인이 복합적인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피해자, 가해자, 국가유공자, 고엽제 피해자 등 다양한 위치와 상태가 모여 참전군인이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다양한 위치와 상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너무나도 많은 수식어가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왜냐하면 참전이라는 것은 개인들의 삶 중 일부분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참전군인이라는 말로 뭉뚱그렸기에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 생긴다. 

참전군인과 만나며 드는 고민 중 하나는 '어떻게 부를 것인가'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이야기를 나눠주는, 참전을 경험한 개인일 뿐인데 '참전군인'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어떻게 관계를 맺고 부를 것인지 고민이 든다. 호명하는 것엔 힘이 있으니까 말이다. 이 지점에 우리가 참전군인을 만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뭉뚱그려지지 않는 개인을 만난다는 점에서도, 참전군인이라는 말 안에 어떤 지점들이 있는지 살피는 점에서도.


채은

"논문을 읽고 그동안 내가 참전군인에 대해 가졌던 생각이 단편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영화 <기억의 전쟁>을 통해 베트남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박정희가 주도한 경제 발전의 기초가 되었다는 것만 희미하게 알았을 뿐 파병과 참전군인이 우리 사회에 무슨 의미를 갖는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참전 군인은 잔인한 학살자이며 모두 사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논문 「한국사회의 베트남전쟁 기억과 참전군인의 기억투쟁」 을 통해 당시 했던 생각이 어찌 보면 단편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참전 군인이 유공자가 되기 위한 기억 투쟁의 과정과 고엽제 피해, 국가 동원의 서사 만들기를 이해함으로써 참전군인이 베트남 민간인 피해 문제와 마주하기 어려운 이유를 깨달았다. 베트남 민간인 피해의 기억을 드러내는 게 참전군인에게 명예 훼손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건, 그동안 국가의 기억으로부터 밀려나 전쟁 피해자로서 받아야 할 보상을 유공자가 됨으로써 해결했기 때문이다. [...] 베트남 사회에서의 기억을 다루는 부분을 읽으며 베트남으로 가족여행을 가서 다낭 박물관에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기억의 전쟁>으로 베트남전을 이해하고 있던 나는 베트남에 소재한 박물관에서는 민간인 피해를 중요하게 다룰 것이라고 예상을 했다. 하지만 논문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전사자들을 영웅으로 다루며 승리한 전쟁이라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었다. 베트남에도 복잡한 기억 투쟁 과정이 존재하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나의 생각 틀을 대입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기회가 된다면 베트남의 인식도 더 알아보고 싶다.


전여진

"국가 폭력, 피해, 가해, 그 사이에 끼어들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고민해요."

내가 이 사이에 끼어들 여지는 어디 있을까? 피해와 가해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한켠에 끼어 들을 수 있는 자리가 있을까? ‘네가 뭔데 이 사이에 끼어들어?’라고 할 것 같은 사이에서. 아주 남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언제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어디에서는 이미 벌어지고 있는, 또 모두가 사실 끼어들어서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은 국가 폭력과 피해와 가해의 사이에서 말이다.


이소연

"전쟁의 기억을 독점하려 하는 국가를 마주하게 되었어요. 한편으로 참전군인의 기억투쟁이 계급 문제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전쟁은 국가의 서사처럼 보이지만, 국가는 전쟁의 기억을 독점하려 할 뿐이다.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은 기억을 통해 전쟁의 피해자임을 드러냈지만, 전쟁의 가해자이자 용병이라는 정체성은 거부하려 했다. 이 거부가 전쟁기념 사업으로 수렴되면서 국가가 전쟁 기억을 독점하는 데 일조했다. 그 후로도 계속된 한국 정부의 해외파병이 이를 증명한다. 여기까지 보면 베트남전 참전군인의 기억투쟁이 부정적으로 마무리된 듯 보이지만, 기억해야 할 점들이 있다. 개인의 기억은 늘 새로운 정체성과 함께 재구성된다. 개인의 정체성 역시 모순을 넘어선 ‘초월’로는 설명되지 않으며, 언제나 과정으로만 이해된다. 개인의 정체성이든, 기억이든, 완결되지 않는다고 믿기에 기억투쟁이 필요하고 또 가능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한편으로 나는 참전군인들의 기억투쟁이 계급 문제와도 밀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명예를 요구하지만, 명예 이전에 돈이 걸린 문제였다. 논문에 인용된 전쟁 후유증과 고엽제 피해로 인한 건강 문제, 유가족의 피해보상 문의. 애초에 참전에는 돈 문제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던가. 가난한 청년이 전쟁에 동원되어 전쟁 후유증을 겪고, 다시 빈곤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앞으로도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나는 ‘기억투쟁’이라는 표현이 기억의 역사성을 넘어 확장성과 역동성을 모두 담아내는 표현이라고 이해했다. 참전군인들은 기억을 투쟁의 거점으로 활용했고, 그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 투쟁은 이 구술활동에 참여한 우리와도 연결되어 있다. 어쩌면 연결이 아닌 연루다. ‘이 세 계의 다수는 사실상 연루자이고 공모자’(조문영, 『연루됨』, 92)이기 때문이다. 대상화나 타자화를 무릅쓰고 이들의 투쟁에 동참해야 할 이유를 다시 확인한다.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 세미나는 단지 과거의 역사를 복기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전쟁을 기억하는 사회적인 흐름과 그 기억을 둘러싼 투쟁,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의 자리를 질문하고 있습니다. 참전군인과 직접 마주하고 그들의 삶을 듣는다는 것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의 우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되묻는 일입니다.


전쟁은 단순히 과거에만 속해 있는 사건이 아니에요. 파병과 민간인 학살, 동원의 구조 속에 놓여 있던 사람들의 기억은 지금도 움직이며, 존재해요. 그렇기에 우리는 고민하게 됩니다. 그들과 나는 어떻게 연결되어있을지, 내가 갔던 베트남 여행에서의 거억을 되짚어 보기도 해요. 


공식적인 문헌과 기록 너머, 주목받지 못했던 ‘삶’의 기억을 역사로 끌어올리는 일은 낯설고 조심스러운 일이기도 해요. 그러나 바로 그 낯섦 속에서 우리는 "연루됨"의 자리를 찾게 돼요. 과거의 구조적 폭력이 오늘날에도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감각하며, 역사와 개인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순간들을 만들고자 합니다.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는 구술활동 세미나는 전쟁기념관 해외파병실 탐방으로 이어집니다. 이번 탐방에서는 국가가 전쟁과 파병을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지, 우리가 마주해야하는 기억은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함께 고민해 나가려 해요!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해 주세요.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