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참여형 구술활동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 두 번째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우리는 4월 15일 저녁 7시, 온라인 줌으로 만났어요. 이 시간에는 2022-2023년도 진행한 ‘월남으로 간 동창생들’과 2023-2024년 ‘참전군인을 만나러갑니다’를 이야기했어요.
오늘의 주제는 '아카이브평화기억 구술활동'입니다. 항상 하는 이야기인데 새삼스럽게 따옴표를 왜 붙이냐고요? 그것은 좀 특별한 시간이기도 해서예요. 이 시간에는 지난 구술활동을 추진하며 느낀점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2023년과 2024년 참가자가 직접 발표하고 새로 참여한 이들과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올해 구술 참여 시민의 구성이 1년차, 2년차, 3년차 다양하게 이루어지다보니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다양하게 나누는 토대가 만들어졌어요. 그것의 장점을 실제로 적용해 본 설레이는 시간이었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나누는 공동체라고나 할까요?
시작은 아카이브평화기억 석미화 대표 활동가의 ‘월남으로 간 동창생들’로 열었어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구술활동의 첫 시도이고 문제의식과 함께 참전군인과의 만남을 제안하게 된 활동이예요.
‘월남으로 간 동창생들’은 익산 지역의 학교,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베트남 전쟁 파병의 기억에 다가가기 위해 진행한 구술활동입니다. 참전 경험과 더불어 참전 이전과 이후의 개인의 삶을 조명해 전쟁과 폭력의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22년에 진행된 구술로 아카이브평화기억의 첫 구술활동이기도 해요.
이어서 재춘, 노랭, 오뎅이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 구술활동의 경험을 들려줬습니다. 2023년과 2024년 진행되었던 시민참여형 구술활동 참여자이면서 올해도 함께하는 구성원입니다. 각자가 만난 참전군인의 이야기와 생각을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 속에 생생한 경험담과 다양한 소회가 오갔어요. 비슷비슷한 내용이라 여기고 휘리릭 읽는다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어요. 그들이 자기 자리에서, 또 나로부터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참전군인이 이야기하는 여러 서사들 속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시대의 맥락 안에서 왜 이렇게 생각을 하고 말하는지까지 고민하며 적극적으로 질문을 연결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야기 나눔
1. 이전부터 궁금했었는데 참전과 생애사를 말씀해 주실 때 개인적으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 부분들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돼요.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풀고, 질문을 이끌어 가야 하는지 궁금했어요. 오늘 구술활동 경험을 들으면서 ‘역시 시간이 답인 걸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마주하고 계신가요?
저희가 삶의 맥락 속에서 전쟁을 살펴보겠다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사실 말해주지 않는 건 들을 수 없어요. 구술이라는 조건과 한계를 정확하게 인지하면서 듣기와 소통을 시도하고, 어떻게 도전할 것인가를 고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질문하기를 더 시도를 해볼 수는 있겠죠. 하지만 신뢰에 기반을 한 활동이기 때문에 몇 번의 만남을 통해서 그런 관계를 쌓기는 쉽지 않거든요. 저희가 해왔던 활동과 저희가 듣고 싶어 하는 내용들을 잘 설명을 드리고, 그 안에서 진정성 있게 소통을 해 나가면 잘 이끌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바램을 갖고 하는 거죠. 그렇지만 말해 주지 않으면 들을 수 없어요.
- 여러 참여자들과 함께 구술을 듣게 되면 사람마다 특징이 있어요. 관심사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거나 큰 틀을 아우르는 방식 등 여러 특징이 존재해요. 구술 현장에서는 개개인의 특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상호작용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면 더 다양한 질문이 가능하죠. 근데 재밌는 건 묻기 어려운 말들을 예외의 순간에 들을 수 있기도 해요. 중간에 잠깐 쉬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간식을 먹거나 그런 시간에 물어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경우가 꽤 있어요. 내밀한 이야기는 공개적으로 서로 대화하는 시간이 아니라 다른 시간에 툭 튀어나와요. 그러려면 아무래도 밀도를 높이는 노력을 좀 해야 해야 될 것 같고, 팀 안에서 활발히 토론하는 관계가 이상적일 것 같아요. 그러면 좀 더 다양하고 풍부하게, 돌아가더라도 좀 더 좋은 관계 속에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 현재 한국사학을 배우는 대학생으로서, 그리고 기록관리학을 학석사 연계과정을 통해 배우는 예비 대학원생으로서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굉장히 마음이 울렸던 것 같습니다. 역사와 기록관리학을 배우며 개개인의 삶이 모여서 이루는 역사보다 국가권력, 엘리트 집단이 만들어낸 역사를 접하게 될 때마다 뭔가 큰 구멍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구술 활동이 처음이라 아직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쉽사리 질문할 것이 생각나지는 않지만, 이러한 구술활동을 통해 역사속에서, 국가 권력에 의해서 역사라는 거대 서사 속에서 더이상 소외되고 상처받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3. 저는 사실 어떻게 보면 되게 이기적인 동기로 구술활동에 지원을 한 건데요. 저는 사실 이 작업을 저희 아버지를 이해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함께하게 되었어요. 공교롭게도 저희 아버지도 46년생이세요. 지금 아까 말씀해주신 참전군인분들, 딱 그 연령대신 거예요. 근데 저희 아버지는 참전 군인은 아니시고요. 저희 아버지와 저는 거의 대화도 없었던 관계였기 때문에 사실 참전 군인을 만나는 경험을 통해서 저희 아버지를 이해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이런 방식으로 이 프로젝트에 지원을 하는 게 조금 어떻게 보면 조금 안 맞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구술을 들어가는 입장에서 저는 ‘아버지’라는 맥락이 있는 것이고 다른 분들도 아마 각자의 계기들이 분명히 있지 않을까? 또 그런 것들을 좀 더 전면에 내세워서 접속하는 것이 보다 성공적인 만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4. 베트남 전쟁을 둘러싼 여러 역사적 자료들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작업의 구심점을 내담자마다 만들고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말씀해 주신 것처럼 국가 서사를 내면화한 구술자의 서사에서, 국가가 아닌 개인이 그 전쟁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관점을 더 들을 수 있는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서 한국 사회에서 현재형의 시제로 지워지는 베트남 전쟁의 여러 시그널들(보훈처의 기록들, 참전 군인들의 건강 이슈 등)이 있었던 것처럼요. 그리고 구술자의 입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다시 듣는 작업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 작업이 기존 역사적 사료에 기록되지 않은 부분들을 듣는 좋은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었구요. 더 나아가 듣기 위한 면담자의 질문 역시 중요하겠구나 싶었어요. 이 질문은 준비된 질문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질문도 포함해서요.
이번 세미나에서는 각자가 가진 다양한 동기와 마음들을 확인했어요. 국가권력이 만들어낸 역사는 큰 구멍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지 않나요? 주목받고 기록되지 않았던 ‘삶’ 이야기를 역사의 한 조각으로 만나는 과정이 되면 좋겠습니다.
참전군인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과정은 활동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이기도 하고, 나와의 연결을 나누는 시간이에요. 우리는 왜 참전군인을 만나려 할까요? 그 질문을 오늘도 이어가 봅니다.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는 구술활동을 준비하는 세미나를 5월까지 총 다섯차례 진행합니다. 다음 세미나는 4월 29일 저녁 7시 줌으로 진행되며, 이날은 강유인화 /「한국사회의 베트남전쟁 기억과 참전군인의 기억투쟁」 논문을 읽고 파생된 문제의식을 나눌 예정입니다. 그럼 다음 세미나에서 만나요!
정리 노랭 아카이브평화기억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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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제는 '아카이브평화기억 구술활동'입니다. 항상 하는 이야기인데 새삼스럽게 따옴표를 왜 붙이냐고요? 그것은 좀 특별한 시간이기도 해서예요. 이 시간에는 지난 구술활동을 추진하며 느낀점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2023년과 2024년 참가자가 직접 발표하고 새로 참여한 이들과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올해 구술 참여 시민의 구성이 1년차, 2년차, 3년차 다양하게 이루어지다보니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다양하게 나누는 토대가 만들어졌어요. 그것의 장점을 실제로 적용해 본 설레이는 시간이었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나누는 공동체라고나 할까요?
시작은 아카이브평화기억 석미화 대표 활동가의 ‘월남으로 간 동창생들’로 열었어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구술활동의 첫 시도이고 문제의식과 함께 참전군인과의 만남을 제안하게 된 활동이예요.
‘월남으로 간 동창생들’은 익산 지역의 학교,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베트남 전쟁 파병의 기억에 다가가기 위해 진행한 구술활동입니다. 참전 경험과 더불어 참전 이전과 이후의 개인의 삶을 조명해 전쟁과 폭력의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22년에 진행된 구술로 아카이브평화기억의 첫 구술활동이기도 해요.
이어서 재춘, 노랭, 오뎅이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 구술활동의 경험을 들려줬습니다. 2023년과 2024년 진행되었던 시민참여형 구술활동 참여자이면서 올해도 함께하는 구성원입니다. 각자가 만난 참전군인의 이야기와 생각을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 속에 생생한 경험담과 다양한 소회가 오갔어요. 비슷비슷한 내용이라 여기고 휘리릭 읽는다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어요. 그들이 자기 자리에서, 또 나로부터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참전군인이 이야기하는 여러 서사들 속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시대의 맥락 안에서 왜 이렇게 생각을 하고 말하는지까지 고민하며 적극적으로 질문을 연결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1. 이전부터 궁금했었는데 참전과 생애사를 말씀해 주실 때 개인적으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 부분들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돼요.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풀고, 질문을 이끌어 가야 하는지 궁금했어요. 오늘 구술활동 경험을 들으면서 ‘역시 시간이 답인 걸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마주하고 계신가요?
저희가 삶의 맥락 속에서 전쟁을 살펴보겠다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사실 말해주지 않는 건 들을 수 없어요. 구술이라는 조건과 한계를 정확하게 인지하면서 듣기와 소통을 시도하고, 어떻게 도전할 것인가를 고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질문하기를 더 시도를 해볼 수는 있겠죠. 하지만 신뢰에 기반을 한 활동이기 때문에 몇 번의 만남을 통해서 그런 관계를 쌓기는 쉽지 않거든요. 저희가 해왔던 활동과 저희가 듣고 싶어 하는 내용들을 잘 설명을 드리고, 그 안에서 진정성 있게 소통을 해 나가면 잘 이끌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바램을 갖고 하는 거죠. 그렇지만 말해 주지 않으면 들을 수 없어요.
2. 현재 한국사학을 배우는 대학생으로서, 그리고 기록관리학을 학석사 연계과정을 통해 배우는 예비 대학원생으로서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굉장히 마음이 울렸던 것 같습니다. 역사와 기록관리학을 배우며 개개인의 삶이 모여서 이루는 역사보다 국가권력, 엘리트 집단이 만들어낸 역사를 접하게 될 때마다 뭔가 큰 구멍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구술 활동이 처음이라 아직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쉽사리 질문할 것이 생각나지는 않지만, 이러한 구술활동을 통해 역사속에서, 국가 권력에 의해서 역사라는 거대 서사 속에서 더이상 소외되고 상처받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3. 저는 사실 어떻게 보면 되게 이기적인 동기로 구술활동에 지원을 한 건데요. 저는 사실 이 작업을 저희 아버지를 이해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함께하게 되었어요. 공교롭게도 저희 아버지도 46년생이세요. 지금 아까 말씀해주신 참전군인분들, 딱 그 연령대신 거예요. 근데 저희 아버지는 참전 군인은 아니시고요. 저희 아버지와 저는 거의 대화도 없었던 관계였기 때문에 사실 참전 군인을 만나는 경험을 통해서 저희 아버지를 이해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이런 방식으로 이 프로젝트에 지원을 하는 게 조금 어떻게 보면 조금 안 맞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구술을 들어가는 입장에서 저는 ‘아버지’라는 맥락이 있는 것이고 다른 분들도 아마 각자의 계기들이 분명히 있지 않을까? 또 그런 것들을 좀 더 전면에 내세워서 접속하는 것이 보다 성공적인 만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4. 베트남 전쟁을 둘러싼 여러 역사적 자료들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작업의 구심점을 내담자마다 만들고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말씀해 주신 것처럼 국가 서사를 내면화한 구술자의 서사에서, 국가가 아닌 개인이 그 전쟁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관점을 더 들을 수 있는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서 한국 사회에서 현재형의 시제로 지워지는 베트남 전쟁의 여러 시그널들(보훈처의 기록들, 참전 군인들의 건강 이슈 등)이 있었던 것처럼요. 그리고 구술자의 입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다시 듣는 작업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 작업이 기존 역사적 사료에 기록되지 않은 부분들을 듣는 좋은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었구요. 더 나아가 듣기 위한 면담자의 질문 역시 중요하겠구나 싶었어요. 이 질문은 준비된 질문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질문도 포함해서요.
이번 세미나에서는 각자가 가진 다양한 동기와 마음들을 확인했어요. 국가권력이 만들어낸 역사는 큰 구멍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지 않나요? 주목받고 기록되지 않았던 ‘삶’ 이야기를 역사의 한 조각으로 만나는 과정이 되면 좋겠습니다.
참전군인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과정은 활동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이기도 하고, 나와의 연결을 나누는 시간이에요. 우리는 왜 참전군인을 만나려 할까요? 그 질문을 오늘도 이어가 봅니다.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는 구술활동을 준비하는 세미나를 5월까지 총 다섯차례 진행합니다. 다음 세미나는 4월 29일 저녁 7시 줌으로 진행되며, 이날은 강유인화 /「한국사회의 베트남전쟁 기억과 참전군인의 기억투쟁」 논문을 읽고 파생된 문제의식을 나눌 예정입니다. 그럼 다음 세미나에서 만나요!
정리 노랭 아카이브평화기억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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