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참 더운 날씨였습니다.
아침부터 찌는 무더위에 걷는 길이 힘들까 걱정이 되었더랬습니다.
8월 19일 토요일 오전 10시, 정전 70년 평화로 걷는 용산 세 번 째 프로그램이 열렸습니다. 주말이라 용산역은 무척이나 붐볐습니다. 세 번째 탐방길에는 총 7명의 시민이 함께했습니다. 탐방을 이끌어준 분은 도현남 용산마을교육연구회 활동가, 용산지역 마을 해설사입니다.
용산은 철도와 군대의 도시입니다. 처음 이 프로그램을 제안했을 때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상징적인 장소들을 떠올렸습니다. 용산역, 전쟁기념관, 미군부대, 국방부, 해방촌과 같은 곳 말이지요. 그러나 용산지역에 이렇게 철도와 군대가 주둔했기 때문에 남아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기도 하고, 공간이 아닌 시간과 우리의 삶 속에 남아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용산역에서 만난 우리가 제일 먼저 만난 이야기는 바로 철도에 대한 것입니다. 철도는 근대의 산물이지요. 그것은 단지 쇠로 만든 큰 덩어리가 철로로 빠르게 달린다는 기술적 측면만을 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기차가 들어오면서 시간, 공간, 인간 등 그동안 익숙했던 것들이 기차의 속도만큼 빠르게 바뀌어 갔습니다. 이전에는 주로 뱃길을 이용해 물류를 이동시켰다면 기차가 들어온 이후 산업의 흐름도 바뀝니다. 서울역이 들어오기 전 가장 큰 기차역이었던 용산역은 신의주까지 연결되어 대륙으로 가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보니 일본의 전쟁 동원에도 용산역은 주요한 통로가 됩니다. 용산역에 있는 강제동원노동자상을 보면 이곳을 통해 얼마나 많은 조선의 민중이 일본의 전쟁과 산업에 동원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기차역은 단지 이동 수단으로서만 존재하지 않았고 100년이 넘는 시간은 이곳에서 빠르게 대한민국의 근대를 만들어갔습니다.
용산역 앞 강제동원노동자상
기차를 타고 남과 북의 문화재가 실려나왔습니다. 용산역 인근에는 왜 이곳에 와 있는지 알 수 없는 떠도는 문화재가 많습니다. 우리는 그 중 고려시대 세워진 연복사 터에 있던 '연복사탑중창비'를 철도회관 앞에서 만났습니다. 개성에 있던 연복사탑중창비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제가 개성을 지나는 경의선 철도 개설 과정에서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용산역으로 옮겨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연복사탑중창비
용산역 주변에는 철도역에서 근무하던 이들이 기거하는 관사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있습니다. 철도공사 중 다친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가까운 곳에 철도병원이 자리했고 이곳은 현재 용산역사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용산역사박물관은 뱃길로 운송을 하던 시절과 철도의 역사부터 미군부대에 있던 마을 이야기까지 다양한 용산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많은 이들이 찾지 않지만 한 번쯤 꼭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드립니다.

뒤에 보이는 삼각형 모양의 지붕집이 철도 관사 건물
예전에 철도병원이 있던 자리에 용산역사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용산역에서 삼각지를 따라 걸으며 아모레퍼시픽 건물 뒤로 현재 용산어린이정원으로 개방된 미군부지터를 들렀습니다. 미 7사단이 주둔한 것이었으나 그 전에는 일본군 병영이 있어 대대로 군부대가 있던 자리입니다. 개방되었다고 하지만 예약제로 운영하는 이곳은 자유롭게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또한 과거 미군기지가 자리했던 곳이니 만큼 그곳에 대한 오염정화와 역사적 고증 등을 우선순위로 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성급한 개방과 보여주기식 행정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용산어린이정원 입구
다시 삼각지로 걸으며 일제강점기 한국의 토목공사를 주도했던 일본 기업 '간조 경성지점' 건물을 만나고, 옛 경성전기주식회사 터가 한전으로 이월되어 방치되어 있는 한전 창고터, 미군기지 주변에서 그들의 초상화와 가족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화랑거리, 철도가 생기며 산업과 인구가 몰려든 용산의 교통량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삼각지 로터리를 끝으로 탐방을 마무리했습니다. 용산역에서 삼각지까지 100년의 시간을 걸으며 보지 못했던 시간들을 만났습니다. 보지못했던 이야기들을 만났습니다.
간조 경성지점 건물(왼쪽)과 돌아가는 삼각지(오른쪽)
다음 평화로 걷는 용산 탐방길은 해방촌입니다. 오는 9월 16일 토요일 오전 10시, 더 많은 분들이 평화로 걷는 길에 함께해주시길 기대해봅니다.
신청하기 http://bit.ly/2023_0727

평화로 걷는 용산 참가자들과 한 컷
오늘도 참 더운 날씨였습니다.
아침부터 찌는 무더위에 걷는 길이 힘들까 걱정이 되었더랬습니다.
8월 19일 토요일 오전 10시, 정전 70년 평화로 걷는 용산 세 번 째 프로그램이 열렸습니다. 주말이라 용산역은 무척이나 붐볐습니다. 세 번째 탐방길에는 총 7명의 시민이 함께했습니다. 탐방을 이끌어준 분은 도현남 용산마을교육연구회 활동가, 용산지역 마을 해설사입니다.
용산은 철도와 군대의 도시입니다. 처음 이 프로그램을 제안했을 때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상징적인 장소들을 떠올렸습니다. 용산역, 전쟁기념관, 미군부대, 국방부, 해방촌과 같은 곳 말이지요. 그러나 용산지역에 이렇게 철도와 군대가 주둔했기 때문에 남아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기도 하고, 공간이 아닌 시간과 우리의 삶 속에 남아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용산역에서 만난 우리가 제일 먼저 만난 이야기는 바로 철도에 대한 것입니다. 철도는 근대의 산물이지요. 그것은 단지 쇠로 만든 큰 덩어리가 철로로 빠르게 달린다는 기술적 측면만을 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기차가 들어오면서 시간, 공간, 인간 등 그동안 익숙했던 것들이 기차의 속도만큼 빠르게 바뀌어 갔습니다. 이전에는 주로 뱃길을 이용해 물류를 이동시켰다면 기차가 들어온 이후 산업의 흐름도 바뀝니다. 서울역이 들어오기 전 가장 큰 기차역이었던 용산역은 신의주까지 연결되어 대륙으로 가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보니 일본의 전쟁 동원에도 용산역은 주요한 통로가 됩니다. 용산역에 있는 강제동원노동자상을 보면 이곳을 통해 얼마나 많은 조선의 민중이 일본의 전쟁과 산업에 동원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기차역은 단지 이동 수단으로서만 존재하지 않았고 100년이 넘는 시간은 이곳에서 빠르게 대한민국의 근대를 만들어갔습니다.
기차를 타고 남과 북의 문화재가 실려나왔습니다. 용산역 인근에는 왜 이곳에 와 있는지 알 수 없는 떠도는 문화재가 많습니다. 우리는 그 중 고려시대 세워진 연복사 터에 있던 '연복사탑중창비'를 철도회관 앞에서 만났습니다. 개성에 있던 연복사탑중창비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제가 개성을 지나는 경의선 철도 개설 과정에서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용산역으로 옮겨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연복사탑중창비
용산역 주변에는 철도역에서 근무하던 이들이 기거하는 관사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있습니다. 철도공사 중 다친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가까운 곳에 철도병원이 자리했고 이곳은 현재 용산역사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용산역사박물관은 뱃길로 운송을 하던 시절과 철도의 역사부터 미군부대에 있던 마을 이야기까지 다양한 용산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많은 이들이 찾지 않지만 한 번쯤 꼭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드립니다.
뒤에 보이는 삼각형 모양의 지붕집이 철도 관사 건물
용산역에서 삼각지를 따라 걸으며 아모레퍼시픽 건물 뒤로 현재 용산어린이정원으로 개방된 미군부지터를 들렀습니다. 미 7사단이 주둔한 것이었으나 그 전에는 일본군 병영이 있어 대대로 군부대가 있던 자리입니다. 개방되었다고 하지만 예약제로 운영하는 이곳은 자유롭게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또한 과거 미군기지가 자리했던 곳이니 만큼 그곳에 대한 오염정화와 역사적 고증 등을 우선순위로 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성급한 개방과 보여주기식 행정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용산어린이정원 입구
다시 삼각지로 걸으며 일제강점기 한국의 토목공사를 주도했던 일본 기업 '간조 경성지점' 건물을 만나고, 옛 경성전기주식회사 터가 한전으로 이월되어 방치되어 있는 한전 창고터, 미군기지 주변에서 그들의 초상화와 가족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화랑거리, 철도가 생기며 산업과 인구가 몰려든 용산의 교통량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삼각지 로터리를 끝으로 탐방을 마무리했습니다. 용산역에서 삼각지까지 100년의 시간을 걸으며 보지 못했던 시간들을 만났습니다. 보지못했던 이야기들을 만났습니다.
다음 평화로 걷는 용산 탐방길은 해방촌입니다. 오는 9월 16일 토요일 오전 10시, 더 많은 분들이 평화로 걷는 길에 함께해주시길 기대해봅니다.
신청하기 http://bit.ly/2023_0727
평화로 걷는 용산 참가자들과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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