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으로 간 동창생들코코아한잔 팀원들의 구술 활동 리뷰

2022.1205~12.07 익산 구술 답사를 다녀왔어요. 코코아한잔 팀원들의 이야기 들려드릴게요.


1) 채원

양상순님은 직접 찾아뵙기전에 녹취록을 보았을때 정말 만나보고 싶은 분이셨다. 은반지를 월남에 보냈지만 그 은반지 얘기만 답장에 없었다는 이야기 양정석 선생님이 얼마나 똑똑하고 귀했고 이모 고모 할 것 없이 사랑 받았고 이런 이야기들을 보면서 양정석 선생님이 정말 사랑 받으며 자랐다고 느꼈고 고모님이 정말 마음이 좋으신 분이다 라고 느꼈었다. 또 6.25 당시내용중 피난을 가지않고 굴에 들어가 계셨다는 이야기들이 홍천 물걸리 그림책< 순복이>의 원순복님의 이야기와 흡사한 면이 있어 그분과 겹쳐 보이기도 했다.
직접뵈니 말씀을 정말 잘하시고 모습도 상상했던 느낌이셨다. 양정석 선생님과 전화하셨던 이야기를 하시며 눈물을 보이시는 모습과 잘 다녀와서 고맙다고 계속해서 말하시는 모습에 그당시 가족분들의 불안했을 감정이 느껴졌다.


2) 은결

해병대에 입대해 월남에 다녀오신 김정용 어르신을 만났다. 김정용 어르신은 군대에서 갖은 가혹행위를 겪으시며 군생활을 하셨다고 했다. 그런데 당신이 겪으신 폭력적인 상황을 허허 웃으며 이야기 하시는 것이 의아했다. 또 일어났던 상황에 대해선 자세히 이야기해주셨지만 그때 느꼈던 감정, 들었던 생각은 말씀해주시지 않아 여쭤봤다. "그 당시에는 어떤 마음이었어요?"
많이 힘들었다고 말씀하셨다.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 선임에 게 느낀 분노와 원망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다.
김정용 어르신뿐 아니라 프로젝트를 하며 만나뵙는 참전군인들은 옛날의 힘들었던 기억, 감정들을 드러내지 않고 싶어하셨다. 어떤 분은 잊어야 산다고 말씀하셨고, 어떤 분은 그땐 힘들었지만 필요한 경험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런 말씀을 들으며 잘 얘기하려 하지 않으시는 몇 십년 전 그때의 감정이 더 궁금해졌다. 잘 가다듬지 않은 그대로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기록하고 싶다.


3) 노랭

양정석 선생님의 고모, 양상순님을 찾아뵈었다. 양상순님은 조카가 월남에 갔다는 소식을 편지로 들으시고는, 동네에 월남에 다녀온 분을 찾아가 참전 이야기를 들으셨다고 한다. 물이 귀하다는 말에 은반지를 사서 월남으로 보내셨단다. 은반지를 물웅덩이에 담가 독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고 마시라고. 편지와 함께 보냈지만 은반지는 중간에 빠져 도착하지 못했다. 그시절의 이야기를 하시며 눈물을 글썽이셨다. 고모가 이렇게나 조카를 아끼는 마음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시대가 바뀌고 가족의 단위가 작아진 지금, 나에게는 조카를 걱정하는 고모의 그 큰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그 시절 월남 이야기를 들려주신 마을 분과, 월남에 간 양정석 선생님, 고모님의 이야기를 듣고 느낄 뿐이다. 마을의 이야기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마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4) 솔

참전군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 꼭 월남에 가서 몸 다치기도 하고 고생도하고, 그것들이 이후 수십년의 삶에 영향을 주기도 했는데 다녀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을 하는 것 같다. 고생은 많이 했지만 그것들이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후회한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이번에 만나뵌 임호영 어르신은 월남에 다녀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후회해봤자 소용 없다며 지나간 일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셨다. 임호영 어르신은 도깨비 부대 소속으로 월남에서도 잦은 전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부대에서 근무하셨다. 트라우마로 남을법한 일들도 많았을텐데 전시에는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만나온 여러 참전군인들 중에는 코코아 한잔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해 의무감과 정의감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분들도 계신다. 그에 반해 임호영 어르신은 기피적이라고 보이기도 한다. 임호영 어르신이 외면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잊어야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기억들을 전부 안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월남에 다녀온 것뿐만 아니라 다른 경우에서도 안좋은일, 나쁜 감정들을 마음에 담으려 하지않으시는 것 같다. 이런 방식이 임호영 어르신의 살아남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또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주시는 분이시다. 새삼 참전군인들이 인터뷰에 응하는데에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느끼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