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2024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 구술활동에 대한 면담기록을 쓰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 봅니다

'2024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 9월의 마지막 날 세미나에서는 참전군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팀별 면담기록을 토대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지난 9월 30일, 구술활동 진행상황을 공유하는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는 팀별로 면담기록을 공유해 함께 읽고 각자가 만난 참전군인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시간이었습니다. 총 4명의 참전군인 구술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함께한 이들은 함정희, 추병진, 희정, 이응, 오뎅, 그냥, 먼지, 열매, 노랭, 연두 등이었습니다. 나머지 참전군인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10월 중순에 이어서 이야기나눌 예정입니다.


올해 구술활동에는 20여명의 시민들과 8명의 참전군인이 모였습니다. 참전군인을 인터뷰하는 여덟 개의 팀은 사전 면담을 포함해 적게는 두 번 많게는 네 번 참전군인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만남을 준비하기 위해 회의를 한창 진행중인 팀도 있습니다. 

이 팀들도 10월부터는 본격적인 만남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면담기록에는 참전군인과 참가자가 서로 만난 이야기를 남겨두었습니다. 만남의 횟수와 시간, 내용과 함께 참전군인에 대한 기본적인 서사가 담겨있습니다. 면담 시 특이사항과 참가자 각자가 느끼는 후기도 모두 담았습니다. 참전군인이 가진 부대/개인 기록물 등에 대한 정보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구술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내용이 정리된 기록물입니다. 


구술활동을 위한 사전준비에서부터 본격적인 만남이 차차 진행되고 있습니다. 참전군인을 만나며 각자가 생긴 질문을 나누는 시간은, 다른 이들의 생각을 통해 더 깊이 익어갑니다. 총 세 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번 세미나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구술활동의 깊이를 더해갈 수 있었습니다. 아래  참가한 이들의 소감 중 일부를 발췌해 올립니다.




손소희 

파란장만한 인생에서 베트남 전쟁에 참여하고 돌아온 건 이 분의 삶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는 지금까지 베트남을 한번도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고 말씀하셨다. 진심인지 알 수 없으나, 베트남 참전군인 기록에 동의하고 면담을 진행한 이후 전쟁 당시에 일들이 꿈에 나온다고 하신다. 참전군인이 겪은 전쟁의 참상은 그 자체로 충분히 잔혹한 일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분의 인생에서 참전의 경험은 어떻게 이야기 되어져야 하나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인 듯 하다.


함정희

월남전 참전군인 구술은 가족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막내 외삼촌을 다시 기억면서 시작되었다. 외삼촌은 월남 참전 후 외지로 떠돌면서 가족의 일원으로도 살아가지 못했다.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던 다른 가족도 삼촌의 삶을 들여다보거나 월남 참전 역사를 꺼내어 이야기하지 않았다. 형제들도 나도 ‘엄마의 동생이 한명 있었다’ 거기 까지다. 참전군인의 삶을 듣고,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마음과 투철한 반공정신, 자긍심으로 강건하게 살고 계신 모습을 보며 '차라리 삼촌도 이런 마음으로 사시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가족 구성원으로도 사시지 못했는가? 왜 혼자 떠돌면서 사신 걸까? 군인용 배낭을 하나 메고 다니던 삼촌, 집에 찾아오면 며칠도 묵지도 못하고 또다시 떠나던 외삼촌이 생각나 미안했다. 외삼촌이 견뎌야 했던 힘든 마음이 생각나 슬퍼지기도 했다. 참전군인 구술작업을 하며 삼촌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했던 아쉬움, 홀로 힘들어했을 마음을 생각하니 이제서 마음이 아팠다. 참전군인 어르신의 이야기가, 우리 삼촌의 이야기가 우리만의 이야기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국가는 평화라는 이름으로 자국의 청년들을 전쟁에 내보냈고 그 개인의 아픔이나 희생은 묻어버렸다. 사회는 또 굳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고 삼촌처럼 외롭게 살다 가게 했다. 구술작업을 통해 참전군인의 아야기를 담아내지 않으면 잊혀지는 역사가 되겠구나 생각했다. 우리 다음 세대들은 더더욱...


추병진

그는 비상한 기억력으로 오래전에 만난 사람들의 이름, 그들의 말과 행동, 당시의 기분이나 분위기 등 과거의 경험들을 세세하게 들려주셨다. 또 그동안 보관해온 옛 사진들을 하나씩 펼쳐 보이며 사진에 얽힌 사연도 들려주셨다. 이렇게 방대한 기억과 기록이 한 사람에 의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직 남들에게 말하지 못한, 또 남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

그의 말과 행동, 신념과 가치관은 어디서부터 출발했을지 궁금하다. 그의 이야기를 정리하며 삶의 흔적을 찬찬히 쫓아가다 보면 크고 작은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타고난 재능, 성실함 등의 능력이 우연한 기회를 잡는 데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또 집단에서 권력이나 특혜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한 경험, 사적인 것보다 공적인 것을 우선시하는 사고방식, ‘정직함’에 대한 의식, 개인적인 콤플렉스와 인정에 대한 욕구 등도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그동안 말씀해주신 이야기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함께 놓고 정리하면 더 많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으리라. 다음 인터뷰가 기대된다.


우리는 참전군인을 평화로 만납니다. 그들과의 만남은 추상적이었던 '전쟁'과 '평화'를 삶의 이야기로 와닿게 합니다. 하지만 참전군인과 만나는 것은 어쩌면 평화라는 단어와 직결되지 않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벌어진 거리만큼 우리는 전쟁 구조에 대해 질문하고, 그들의 삶에 대해 질문합니다.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 내부 세미나를 진행하다 보면 질문을 던지고, 삶과 구조를 연결짓는 그 울퉁불퉁한 과정이야 말로 평화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전군인과 만나는 이들로서 우리는 전쟁과 평화에 대해 여전히 고민해 나갈 것입니다.


세미나는 계속됩니다. '2024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 소식 꾸준히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