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기억 이야기1만 시민 청원 416일 만에 돌아온 국방부 답변 규탄 기자회견

1만 시민 청원 416일 만에 돌아온 국방부 답변 규탄 기자회견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응답하라” 요구


일시: 2026년 8월 19일(수) 오후 2시

장소: 청와대 분수대 광장 앞


발언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 응우옌티탄 하미학살 피해생존자(메시지 대독, 이정란 한베평화재단 운영팀장)
응우옌티탄 퐁니학살 피해생존자(메시지 대독, 최나리 참여연대 활동가) / 임재성 변호사(민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실규명TF 단장)
조한결 활동가(아카이브평화기억 전시기획팀 콘텐츠PD) / 아침 활동가(전쟁기념관을 바꾸는 시민활동가들의 모임 탄탄이)


공동성명서 낭독

이동화 아디 상임이사, 강경란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


시민사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에 △1만 시민 청원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 답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국가배상소송 상고 취하 △베트남전 진실규명 특별법 제정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입법에 나설 것 △퐁니 사건 조사기록과 하미 위령비 비문 관련 국가기록 공개 및 진실규명 △전쟁기념관 등 국가의 공식기억 재검토와 파병군인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조사·응답을 요구했다.


시민사회는 공동 성명서에서 “베트남전 진실규명은 국방부 하나의 민원이 아니라 국가가 저지른 폭력에 대해 국가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를 묻는 국가적 사안”이라며 “청와대가 해야 할 일은 부처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각 부처의 입장을 조정하고 국가 차원의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만 시민은 이번 답변에서 대통령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이제 이재명 대통령이 답할 차례”라며 “국방부 뒤에 숨지 말고 국가의 책임 앞에 서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시민사회는 이번 국방부 답변의 문제점을 재검토하고 베트남전 진실규명 요구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답변을 요구하는 민원을 청와대에 접수했다.


자세히 보기 https://peoplepower21.org/peace/2027756?cat=13&paged=0



[발언 전문] 조한결 아카이브평화기억 전시기획팀, 콘텐츠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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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콘텐츠PD, 아카이브평화기억 전시기획팀에서 활동하는 조한결입니다.


정부와 시민사회에 촉구합니다. 베트남전쟁에 관한 공식 기억을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맥락을 지닌 과거사로 접근해야 합니다. 베트남전쟁이 한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에 미친 지대한 영향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 답변은 지극히 다양한 맥락을 생략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국가의 공식 기억 공간으로써 전쟁기념관에 대해 발언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1만인 청원 세 번째 조항에서 ‘국가의 공식 기억에 관한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국군이 베트남 피해자들에게 저지른 인권침해를 인정하는 내용을 전시하라. 또한 고엽제 피해 등 국가의 잘못된 결정으로 부정의한 전쟁에 휘말려 희생된 파병군인들의 피해와 고통에 대해서도 마땅히 알려라.’ 이에 국방부는 참전군인과 관련해서는 객관적 사료에 근거한 구성이고, 베트남 피해자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 설립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했습니다. 앞선 청원은 국가의 공식 기억에 대한 문제제기였으나, 국방부는 이에 대한 언급 없이 단편적인 회신을 하는데 그쳤습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아카이브평화기억은 베트남전쟁 한국군 참전 역사를 중심으로 ‘기억’과 ‘기록’에 대해 이야기하는 단체입니다. 과거 ‘전쟁’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미래 ‘평화’의 기회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참전군인을 인터뷰하여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아카이브평화기억에서 <전쟁기념관 평화의 눈으로 만나기> 워크북을 만들며 보다 구체적으로 전쟁기념관에 관해 탐방하고 연구했습니다. 올해는 아카이브평화기억에 함께하는 시민들과 남해 6.25월남전흔적전시관, 오음리 월남파병용사만남의 장, 남영동 민주화운동기념관, 매향리 평화역사관과 평화기념관, 평화를품은집 등 평화와 전쟁, 학살, 국가폭력, 민주주의에 관한 다양한 현장을 답사하며 우리가 어떻게 공동체의 기억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전쟁을 겪은 이들의 이야기가 전쟁기념관 전시에 얼마나 누락되어 있는지 더 깊이 실감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전쟁을 어떻게 되물어야 할지 이야기해야 합니다. 현재 초중등교과서 역사교육 과정에서 베트남전쟁은 쉽게 접하기 어렵습니다. 이 전쟁에 대한 한국군 파병과 미국의 경제·군사 지원, 그로 인한 한국 경제성장의 연대기 속에 단순한 언급으로 스쳐 지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 전쟁을 겪은 베트남 사람들의 경험,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피해 문제, 참전군인의 전쟁 경험과 트라우마 등 후유증, 땅과 모든 생명을 파괴한 고엽제, 라이따이한 문제, 당시 한국군 파병과 반대·찬성 여론, 난민, 에코사이드, 가난과 계급 문제 등 오늘날 한국과 베트남에서 서로 다르게 기억되는 전쟁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그리고 은연중에 우리 사회는 지속적으로 그 이야기들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용산 전쟁기념관처럼 베트남전쟁과 연결된 접근성 높은 공공 기관은, 해당 기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다 성찰적으로 전시를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상 공공 아카이브로써는 유일한 곳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전시 구성은 병사 개개인과 사회 전반에 걸친 영향에 관한 서술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전쟁기념관 설립 취지로 언급한 참전군인의 명예 고양은 단순히 국가주의에 기반한 명예론, 성과와 발전 중심의 서술, 반공과 안보의 관점에 치우쳐 그들의 전쟁 동원과 전후의 삶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이는 오히려 명예라는 이름으로 전쟁의 본질과 연루된 이들의 고통을 가리고 있습니다. 전쟁기념관 야외 광장 중앙 바닥에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기억하라’라는 글귀가 있지만, 전쟁기념관 3층 북한의 군사도발실에서는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쟁기념관이 현재 어떠한 방식으로 공식 기억을 만들어갈지에 관해 아주 잘 보여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베트남전쟁과 관련하여 보훈과 명예를 바탕으로 이 전쟁을 정당화해서는 안됩니다.

시민사회는 한 사람이 어떤 맥락에서는 희생자-유공자이면서 다른 역사에서는 가해 구조의 일부일 수 있을 때 이를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지 깊이 들여다봐야 합니다.

 

우리가 누구의 희생을 기억하고, 누구를 잊어 왔는지,

국가의 참전 결정으로 인해 군인과 민간인이 연루되고, 가해와 피해가 중첩되었는지,

개인에게 요구했던 희생에 대해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

참전군인-상이군인-유가족, 라이따이한, 고엽제 2세 등에 대해 전쟁 이후의 삶을 어떻게 대하며 돌봄을 취할 것인지,

죽음을 영웅화하는 것과 애도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희생을 기억하는 일이 다시 전쟁을 반복하지 않고 연루되지 않도록 하는 성찰로 이어질 수 있는지,

전후 기억을 어떻게 구성하며 국가와 시민이 누구를 어떻게 기념할 수 있을지,

베트남전쟁의 기지로서 참전 역사를 돌아보고 현재 무기 생산과 해외파병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지,

다양한 관점에서 과거사를 성찰하며 현재와 미래로 연결해 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이 기억을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관해서 고민했으면 합니다.

 

저는 이번 국방부 답변에 관한 유감을 표함과 동시에 공식 기억을 만들어 가는 일에 있어서 「베트남전쟁 시기 대한민국 국군에 의한 민간인 및 파병군인에 대한 인권침해 진실규명법」을 하루속히 제정하여 진상 조사할 것을 요구합니다. 끝으로 시민사회가 폭넓은 관점에서 함께 평화 운동을 실천해 가면서, 베트남전쟁과 관련된 여러 당사자들과 연대해 나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