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전쟁기념관은 한국의 야스쿠니

2026년 5월 7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전쟁기념관 탐방이 오후 늦게야 끝났다. 이날은 ‘2026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에 함께하는 시민 10여 명이 전쟁기념관을 탐방하기로 한 날이다. 특히 올해는 전쟁기념관 해외파병실에 대하여 서로 다른 해설을 들어보기로 했다. 두 차례의 탐방은 오전, 오후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오전에는 전쟁기념관 해외파병실 전문 해설사의 해설을, 오후에는 아카이브평화기억 석미화 대표가 탐방을 안내했다. 두 해설은 베트남전쟁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양극단에 서 있는 기억의 현재를 보여주었다. 참여자들은 하루에 같은 장소를 두 번 둘러보며 그 차이를 극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참전군인과의 만남에서 생겨나는 차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탐방을 마친 후 둘러앉아 각자 소감을 나누었다. 이야기는 전쟁기념관 해외파병실에서 시작되어, 6.25전쟁실, 전쟁지도자실, 전쟁기념관이 추진하는 이스라엘 홀로코스트 기념식과 한국 무기 산업에 대한 협력과 홍보에까지 이르렀다. 국가주의의 선전 장소로서 전쟁기념관은 마치 일본의 야스쿠니와 닮았다. 우리 모두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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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에 함께하는 시민들(2026.5.7.전쟁기념관 앞에서)



"전쟁기념관이 구사하는 국가주의에 대한 치열한 네러티브가 섬뜩하게 느껴집니다."



이지원

오전에 들을 때는 오히려 전시 내용과 흐름이 다소 조악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오후에 석미화 선생님 해설을 듣고 나서는 고안된 것이고 내러티브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됐어요. 아, 조악하지 않다. 예산을 괜히 들인 게 아니었다. 그렇게 재평가를 하게 된 셈이에요. 바깥 전사자명비 회랑에서는 왠지 울컥하기도 했고요.

 

최우현

저는 많이 와본 곳이라서... 또 와서 불쾌했고요. 사실 오고 싶지 않았던 곳이었고. (오전 해설은) 저한테는 너무 많이 들었던 해설이었고요. 그런데 저희가 평화를 생각하는 만큼 그 반대쪽도 되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하고 이것을 어떻게 국가주의적인 뉘앙스로 말할지 고민하거든요. 여기 와보면은 그것이 보이는 것 같고, 저도 올 때마다 매번 문제가 크다, 되게 섬뜩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오늘 또 이렇게 석미화 선생님하고 아까 오전에 전쟁기념관 측 해설을 번갈아 들어보니까 그런 게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고, 기회가 되면 한국전쟁실도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한국전쟁 관련된 전시가 훨씬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윤명숙

저는 여기 전쟁기념관이 세워지고 그다지 시간이 안 지났을 때 처음 왔었어요. 그때는 정문에서 들어오자마자 어마어마하게 큰 탱크들이 보이도록 전시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거부감이 되게 컸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탱크가 광장에서 보이지는 않잖아요. 뭔가 세련되게 전쟁을 소개하는 그런 장소로 그동안 크게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베트남전쟁 관련 전시는 사실은 이렇게 들여다보는 것은 거의 처음인 것 같아요. 그런데 오늘 두 분의 해설을 들으면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게 됐고, 또 어떤 게 부족한지, 그런 것들을 정확하게 알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어요.



"오전과 오후 시간에 들은 해설의 차이는 

참전군인 구술활동을 하며 만날 수 있는 차이라고 생각해요."



이유진

오늘 오전이랑 오후의 차이는 저희가 참전군인 구술 활동을 하면 만날 수 있는 차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사실은 참전군인 섭외를 최근에 두 번을 시도했는데 두 번 다 실패했어요. 첫 번째 시도는 제 친구의 어머님을 통한 것이었는데, 진짜 기억이 하나도 없대요. 그러니까 아빠가 베트남전에 참전을 하셨는데. 식구들이 그냥 진짜 아무 기억도 없고 아무 인생에 미친 게 단 하나도 없다. 그래서 안하겠다고 해서 약간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있었는데요. 여기 와서 전시 해설을 들으니 세 번째 시도를 했을 때 또 이런 차이가 발생할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참전군인 섭외를 어떻게 할지 정말 고민이에요. 앞으로 저희가 안고 가야 하는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소연

저는 작년에도 와서 들었었는데 처음부터 석미화 선생님 해설을 들었으니까 되게 그 내러티브가 훌륭하게 잘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오늘 막 되게 조악하다고 말씀하셔가지고, 빵 터졌어요. 오히려 석미화 선생님이 정말 홍보대사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그런데 무서울 정도로 잘 구성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되게 섬뜩했었던 기억이 나고요. 오늘 다시 보니까 오전에 들었던 설명에서 오히려 참전군인 분을 직접 만날 때 키워드로 삼을 만한 얘기들이 있더라고요. 대민 지원에 대한 얘기라든가 이런 것들을 좀 파고들어서 질문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보면 볼수록 이게 어떤 팩트의 문제,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이런 문제보다는 결국 선전 선동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사실은 뭔가 정치적인 문제든 뭐든 제일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 뭐 누구를 만날지 모르겠지만, 구술 활동하거나 글 쓸 때 그 부분을 좀 얘기를 할 것 같습니다.

 

김연호

저는 이번에 전쟁기념관에 처음 와보는데 일단은 너무 커서 놀랐고요. 맨날 글만 읽고 그랬었는데 이번에 와서 눈으로 직접 자료도 보고 그러니까 공부가 많이 되었어요. 아직도 베트남전쟁이 어렵긴 하지만 계속 좀 더 알아가야 될 것 같고요. 그리고 베트남전쟁에서 이어진 해외파병실 전시 등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했어요. 



"지난해 활동을 하고 다시 와서 보니까 이해가 되는 부분이 생겨요. 

참전군인을 만날 때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을지도 조금씩 생각나는 것 같아요."



전여진

오전에 들었으면 재밌었을 것 같은데, 뭔가 좀 비교나 아니면 어떤 말씀하시는지 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못 들어서 좀 아쉽고요. 그런데 1년 활동을 하고 나서 좀 보니까 약간 좀 익숙해 보이는 것도 있고 아직도 낯선 것들도 많이 있는 것 같고 그렇습니다. 또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을지도 조금씩 생각나는 것 같고요. 그런데 문제는 또 뒤돌아서면 까먹으니까 이런 것을 잘 정리를 해놔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추병진

오전에 해설사님 말씀 오늘 너무 많이 들었는데 동의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어쩌면 참전군이 만났을 때 기분도 약간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고요. 저도 전시를 작년에 보고 올해 또 왔는데 작년에는 잘 이해 안 되고 몰랐던 것들이 한번 복습을 다시 하니까 많이 이해가 되고 있어요. 더 많이 이해가 되고 있고 오늘 해설사님 만나고 또 전시를 다시 비판적으로 본 것처럼 이 경험을 가지고 참전군인 분들을 만나면 좀 더 이제 너무 끄덕끄덕하지만 않고 너무 순응하지만 않고 이런 대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석미화

오늘 저는 사실 좀 걱정했거든요. 왜냐하면 오전 시간의 해설은 제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얘기들이 될 텐데, 그냥 수용을 해버리시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것은 저의 기우에 불과했던 것 같아요. 그동안 우리가 공부하고 세미나 했던 시간들이 있기 때문에 전쟁기념관 측의 국가 서사를 직접 들어보는 기회가 오히려 더 효과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저도 들었어요. 그리고 작년에 오셨던 분들도 전쟁기념관 전시가 그냥 어설픈 줄 알았는데 굉장히 세련됐다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곳에서 전파하는 서사에 빠져들지 말고 위에서 내려다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우현

진보적인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곳을 한국의 야스쿠니로 부르기도 한다고 해요.

 


"남한, 북한, 일본, 베트남 등 나라마다 구사하는 국가주의 서사와 통치전략을 

전시를 통해 바라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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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념관 탐방과 후기 나눔


석미화


얼마 전 북한에서 러시아 파병기념관을 지었잖아요. 참전했던 병사들을 열사로 영웅화하고 국가주의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죠. 저는 남한이나 북한이나 같은 맥락에서 보이더라고요. 북한도 결국은 러시아 파병을 대외적 국력신장의 상징으로 선전하고 러시아를 비롯한 국제 외교관계에 활용하고 있잖아요. 어느 국가든 전쟁 서사는 대개 그런 방식의 서사를 구사하고 있는 것 같아요. 베트남 호치민에 있는 전쟁증적박물관도 그렇죠. 예전에는 저도 그곳의 전시를 비판적으로 못 봤어요. 한국에서의 전시는 비판적으로 보는데 거기 가서는 옹호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예요. 말하자면 그곳에서 전시하고 있는 베트남의 입장, 독립에 대한 의지라든가 항미전쟁이라든가 이런 것에 대해서요. 그런데 그것 또한 베트남 국가주의 서사이자 통치 전략인 것이죠. 



"전쟁기념관의 사업은 이스라엘의 시오니즘, K-방산과도 적극적으로 연결점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과 변화가 필요해요."


 

최우현

전쟁기념관이 이스라엘의 시오니스트들하고 연계하는 전시, 세미나, 학술 행사 등에 열심히 지원하고 있어요. 제가 전쟁기념관에 이스라엘이랑 세미나 한 자료를 달라고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몇 달째 안 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지금 추진하고 있는 게 있어요. 이스라엘과 한국의 연결고리라는 영상이 떠 있거든요. 이스라엘이 한국전쟁에 참전하지는 않았지만 유대인들이 참전했기 때문에 우리도 사실상의 참전국이라는 레토릭을 만들려고 하고 동시에 전쟁기념관과 협업해서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을 만들려고 해요. 지금 홀로코스트라는 역사적인 비극 자체는 사실 이스라엘이 독점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이스라엘 시오니스트들이 유대인임을 도덕적 무기로 내세우지만, 정작 유대인의 절반 가량은 이스라엘 국가 밖에 있어요. 이스라엘 국가만이 홀로코스트를 독점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그것을 이제 홀로코스트 기념행사를 가지고 와서 전쟁기념관과 협업해서 내년에 개최할 예정인 것 같더라고요. 뉴스에도 나왔는데 그런 식으로, 지금 자신들이 자행하는 전쟁범죄를 워싱하기 위해 그런 행사를 열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어요. 한국의 '전쟁기념사업'에 편승해서.


석미화

전쟁기념관이 한국 무기 산업의 홍보 장소가 되고 있어요. 전쟁기념관을 어떻게 변화시켜야할까 점점 고민이 깊어갑니다. 더불어 오늘 전쟁기념관 해외파병실 탐방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려는 기억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정리, 글 석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