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 4기 활동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아카이브평화기억에서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게 된 신입 활동가 지희경입니다.


매년 봄이 찾아오면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레곤 하는데요. 옷차림이 제법 가벼워진 3월의 어느 주말, 2026년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 프로젝트의 첫 모임이 열렸습니다. 오프라인 현장과 온라인(Zoom)으로 모여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나누고, 서로의 참여 동기를 귀 기울여 듣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따뜻함으로 가득했던 그날의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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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왜 참전군인을 만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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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전쟁을 말할 때면 보통 ‘애국’이나 ‘자유민주주의’같은 크고 추상적인 단어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참전군인 개인이 더듬거리며 꺼내놓은 전장의 기억은 놀랍도록 구체적이지요. 한 사람의 생애사를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4.19와 5.18 민주화운동, 파독 광부, 중동 건설 등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전쟁의 기억과 얽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참전군인을 만나는 이유를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쟁과 삶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폭력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서입니다. '태극기 부대'나 '꼰대'의 이미지로 상상되어왔던 참전군인의 다층적인 삶의 맥락에 조심스레 귀를 기울여보려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한 분의 참전군인과 최소 서너 번 이상 깊게 만나며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갈 예정입니다.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가 당사자와 마주 앉아 대화하는 이 과정 자체가, 훗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실천적 평화 교육’의 씨앗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 다채로운 시선들: 참여자들의 자기소개와 지원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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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로젝트에도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분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첫 모임에서 참여자분들의 다채로운 문제의식과 기대감을 나누었습니다. 각기 다른 곳에서 출발했지만, 평화를 향한 마음만큼은 깊이 맞닿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먼저 기록하는 사람으로서의 윤리를 짚어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거시사 연구의 한계를 느끼고 피해자를 수단화하는 방식을 넘어 ‘깊이 감응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이재춘 님, 그리고 작년 구술 활동을 통해 고립되어 있던 개인의 서사가 거대한 역사와 엮이는 것을 체감하며 ‘비로소 살아있다는 감각’을 되찾았다는 이소연 님의 이야기는 묵직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2023년과 2024년, 미군 베트남 참전군인 인터뷰에 참여하셨던 도현남 님도 다시 뵈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처음엔 전쟁이나 평화라는 의제가 낯설었지만, 구술 활동으로 전쟁의 실상을 마주하며 내면의 성장을 겪으셨다고 해요. 현재 지역에서 역사 해설을 하고 계신 만큼, 이곳에서의 경험이 ‘역사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석할 것인가’라는 깊은 고민으로 이어졌다며 다시 한번 의지를 다져주셨습니다.


해설과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며 평화와 기록의 의미를 치열하게 고민해 오신 분들의 이야기도 풍성했습니다. 경기평화교육센터에서 전쟁 평화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신 표예진 님은 영화 <나는 조선사람입니다>의 사례를 들며 구술 기록에 있어 ‘듣는 일’의 무거운 책임감을 짚어주셨습니다. 참전군인을 단순한 '가해와 피해'의 이분법이 아닌 국가폭력 현장에 놓인 복합적인 존재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거대한 역사 속에서 소외되기 쉬운 개인의 목소리를 영상 매체로 발굴해 폭력의 반복을 막는 사회적 기억으로 남기겠다는 다짐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현재 전쟁기념관에서 6.25 전쟁 1실과 2실의 객원안보해설사로 활동 중이신 조원표 님 또한 현장에서 관람객과 호흡해 온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활동에 섬세한 시각을 더해주실 예정입니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려는 질문들도 이어졌습니다. 실무 현장에서 민원을 응대하며 전쟁이 어떻게 물질적 보상으로 치환되는지 목격했던 이유진 님, 현역 병사 출신으로서 참전 세대의 상흔을 지금 청년의 언어로 공감해 보려는 추병진 님의 고민은 우리가 나아갈 활동의 방향을 뚜렷하게 짚어주셨습니다. 여기에 장교 출신으로 군대 내 폭력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기도 했던 최우현 님은 “왜 전쟁을 치른 군인들은 평화를 이야기하지 못하는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주셨습니다. 전순영 님은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갈등의 뿌리를 한국전쟁의 트라우마에서 찾으며, 베트남전쟁 참전군인과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까지 섬세하게 짚어주셨습니다.


가족의 역사와 학문적인 고민을 안고 찾아오신 분도 계셨습니다. 심리학을 전공하며 ‘트라우마’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온 이지원 님은 참전군인이셨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베트남전 참전군인에게 관심을 갖게 되셨다고 합니다. 서로의 고민과 아픔을 꺼내놓는 대화 속에서 저 역시 조심스레 제 이야기를 보탰습니다. 베트남전쟁 참전군인이셨던 할아버지께서 고엽제 후유증으로 투병하다 돌아가시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느꼈던 막막함이 저를 이 자리로 이끌었거든요. 영상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누군가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듣고 기록한다는 것의 무게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앞으로 만나 뵐 분들의 구술을 어떻게 시청각화하여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해 보려 합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2026년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 앞으로 차곡차곡 쌓여갈 만남과 이야기에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


'2026 참전군인을 만나러 갑니다’는 재단법인 바보의나눔과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