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기억 이야기아카이브평화기억 공론장 기획팀을 소개합니다!



아카이브평화기억이 작정하고 공론장 기획팀을 꾸렸다.  독립연구활동가 아정, 서울대 통일교육연구센터 연구원 슬기, 성미산학교 교사 사이다, 평화활동가 미화가 참여한다. 누구든 원하는 사람은 함께할 수 있으니 마침표는 찍지 않겠다. 활동의 언저리에 먼지 쌓인 고민들을 하나씩 꺼내보려 한다. 단지 베트남전쟁이라는 역사에만 머물지 않으려 한다. 우리의 방향은 그동안의 전쟁과 평화에 대해 누군가의 말처럼 ‘정치(精緻)’하게,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꺼내다만 말이 되지 않도록, 새로운 질문과 말이 생겨나는 공론장을 꿈꾼다. 얼마전 함께 모여 기대를 나누었다. 사이다는 갑작스런 손님맞이로 함께하지 못했다. 세 사람의 이야기로 앞으로 펼칠 공론장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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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정


저는 지난해부터 아카이브평화기억에서 공론장 기획을 하며 같이 활동하고 있어요. 베트남 전쟁 참전군인과의 관계 속에서 ‘듣기’라는 과정에 조금 지친 상태이고 버겁기도 해서 구술팀 활동과는 거리를 두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구술활동을 하며 해석하고 만난 이야기들을 공론장에서 다시-전해듣는 ‘듣기’의 자리를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전해듣는 자리 또한 또다른 ‘듣기’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적인 듣기의 장(場)이 점점 사라지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직접 증언을 들을 수 있는 분들이 이제 많이 살아계시지 않잖아요. 그랬을 때 이미 나왔던 1차 자료나 증언 기록을 다시 읽는 방법으로 ‘듣는다’라는 실천 또한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카이브평화기억 공론장은 직접 듣기만을 다루는 공론장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듣기의 확장과 동시에 깊이를 더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듣기의 지평이라는 게 확실히 넓어지겠다,  내가 혹은 몇몇 동료들과 함께 들었다 하더라도 들은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에서 이미 나 혹은 몇몇이 고립되어 듣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그런 부분을 자각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당사자성’에 갇혀서 너무나 조심스럽게 듣고만 앉아있는 그런 듣기의 태도에 대해서도 굉장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태도라는 것이 전쟁 경험을 겪은 사람들을 취약한 자리에 놓고 시작하는  관계 설정일 경우, 그분들에 대한 어떤 예의 바름이라던가 마음을 다 하는 것과는 별도로 어떻게 관계를 다시금 재설정하면서 맺어갈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이 좀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공론장이라는 것이 누군가 많이 아는 사람이 발표하고 더 알고 싶은 사람들이 발표를 듣고 질문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공론장을 통해서 그 순간에 발생하는 에너지라든가, 부딪힘 속에서 혹은 부대낌 속에서 그 순간에 비로소 확보되는 언어들이 있는데, 그걸 놓치지 않고 잘 기록하고 공동의 언어로 벼려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슬기


아카이브평화기억 공론장 기획팀에 들어오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하니 즐거울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일단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전쟁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평화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그러다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해서 자료를 보면서 전쟁이라는 것이 내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서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을 특수한 사건으로 인식했었는데, 일상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했고요. 그리고 베트남전쟁에 대해서 공부를 하게 되면서, 전쟁이 어떻게 이해되고 말해지는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책임을 이야기하고 사죄를 하는 것도 전쟁의 서사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렇다면 전쟁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나는 전쟁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아카이브평화기억을 통해 참전군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말하는 프로젝트를 접하게 되었는데,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전군인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에 대해서 평화운동 내에서 약간 반감 같은 것이 있다고 초반에 느끼기도 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잘 듣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보통 구술 작업은 말하는 사람이 하는 말, 내용을 잘 기록하는 것에 방점이 찍히는데, 평화의 관점에서 참전군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이 작업은 청자에게 더 방점이 찍힌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들을 것인가, 그리고 들은 자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직접적인 구술 활동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어떻게 들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참전군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활동과 함께 공론장을 여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참전군인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수신하게 될 사람들이, 참전군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이를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을지 고민하는 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공론장 기획팀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를 통해 전쟁에 대한 서사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심화시켜나가고 싶습니다. 전에 아카이브평화기억 구술공유회에서 이재춘 님이 “전쟁을 사유하며 평화를 말하려면 좀 더 정치하게 사유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말씀하셨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유를 함께 해나가고 싶습니다. 


미화


공론장이라고 하는 게 에너지를 만들고 사람을 만드는 일이네요. 저는 베트남전쟁에 대한 공부와 평화 활동을 2014년부터 시작했어요. 한 10년이 되었네요. 생각해보니 제가 그 전부터 해 온 활동들이 언론, 정치, 군대, 인권의 영역에 있었고 지금 하고 있는 베트남전쟁과 평화활동이 제 앞선 활동에서 넘어와 어느새 다 연결되어 있다는 걸 많이 느껴요. 또 이 활동이 베트남전쟁 시기에 한국군 참전과 관련된 전쟁범죄에서 시작이 되었고 그 현장에서 생긴 고민들이 저를 여기까지 끌고 온 동력이 되었구나 생각을 해요. 그랬을 때 어떻게 보면 사람들은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확 바꾼 것 아닌가 생각할 지 모르겠어요. 피해자 중심으로 진상 규명 활동을 하다가 왜 참전군인 이야기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실은 참전군인에게만 방점이 찍힌 것이 아니라 좀 더 넓혀서 여러 관점에서 다양하게 살펴보고 싶은 바램인 것이죠. 제가 현장에서 부딪혔던 것들과 문제 의식을 풀어보고자 공부하고 들여다봤던 것들이 결국은 이렇게 연결이 된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이 공론장에 대한 저의 기대도 커요.  


우리가 하고 있는 시민참여형 참전군인 구술 활동이라는 것이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인터뷰하는 방식이 아니예요. 그러니까 ‘사회적 말하기’ 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참전군인에게 전쟁경험에 대한 ‘공적 말하기’의 기회를 드리고 ‘삶’의 맥락에서 ‘전쟁’을 다시 들여다보도록 하는 것이예요. 이야기를 듣는 이들은 청자로서 또 이야기를 전하는 화자로서 자리하게 돼요. 아까 슬기가 이야기 한 ‘다시 말하기’에 대해 고민을 하는 거죠. 그래서 ‘듣는다는 것’그리고 ‘들은 것을 말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우리가 ‘구술’이라는 표현을 빌어 쓰고 있지만-사실 달리 우리만의 특색을 담아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기록’의 관점보다는 ‘활동’과 ‘연결’, ‘소통’에 더욱 의미를 두고 있어요. 물론 ‘기록’으로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참전군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전쟁기억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고 앞으로도 남은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이예요. 그래서 전문가 몇 명이 구술에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참여라는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전문가가 하는 기록활동으로서의 구술과는 정말 너무 다른 거고, 어쩌면 허술해 보일 수도 있어요. 또 위험한 부분들도 있을 수 있죠. 사실 우리는 지금도 계속 실험과 도전을 하고 있는 거죠. 




아정


저는 문제의식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뭐랄까... 다른 장에서 다른 이야기들을 만나면, 이전에 들은 이야기들과 새롭게 접속이 되는 그런 식인거죠.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제가 일본에서 유학했을 때 하다만 공부였거든요. 너무 버거워서 하다 말았는데 한국에 들어와 처음 쓴 논문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것이었고, 그게 2000년 여성전범법정과 관련된 것이었어요. 그것이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이하 ‘시민평화법정’) 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죠. 2018년에 열린 베트남전 시민평화법정이 2000년 법정을 모델로 한 것이잖아요. 이렇게 제게는 18년 만의 간극이라고 하는 게 메꿔질 수가 없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시 연결되는 과정에서 함께 하는 동료들 덕분에 새로운 문제의식이 생겨날 수 있었고, 스스로도 공부와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법정’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가능했고, 그 가능성 속에서 동시에 한계를 봤어요. 법정에서 미끄러진, 법정에서는 말해질 수 없는 전쟁경험들을 조우하게 되면서요. 



저는 법정 ‘바깥’에서 더 고군분투 했다라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만난 사람들 중에 예기치 않게도 피해자들만 만난 게 아니었던 거죠. 참전군인과의 만남을 통해 가해의 목격담, 혹은 전쟁을 통해서 본인이 가담했던 여러 행위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때의 심정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전쟁경험을 ‘함께’ 돌아본다는 것이 어려운데요, 본인들은 기억하고 싶지 않을 수 있잖아요. 시민평화법정은 그런 기억들을 관계와 질문을 통해 상기하고 ‘함께’ 돌아본다라는 것을 많이 고민하게 한 그런 활동이었던 것 같아요. 참전군인은 우리 동네에도 있고 주변에도 생각보다 많이 있을 거 아니에요. 연인원 32만인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겠어요. 그런데 들은 얘기가 이제까지 별로 없구나.직접 얘기를 듣다보니 아까 슬기의 얘기처럼 ‘어떻게’ 들어야 할까, 저는 그 물음도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저는 참전군인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제 물음 속에 자꾸만 희망을 새겨 넣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왜냐하면, 돌아오는 답이 너무 절망적인 것들이기 때문에, 듣고나서 감당이 안 되기도 하고, 인간과 인간들이 만들어낸 구조에 대한 어떤 좌절감을 견디지 못하고, 던지는 물음에 자꾸만 희망을 새겨 넣으려고 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죠. 그런 부분들이 부대꼈어요. 절망 속에 함께 충실히 머무는 청자가 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청자인 내가 개입하는 희망의 단서까지도 경계해야 되는 어떤 부분이지 않을까라는 문제의식이 또 생겨나고 그러니까 듣지 않았다면 생겨나지 않았을 것 같은 그런 물음들이 참전군인을 만나면서 생겨난거죠. 단 한 명을 만났는데도. 단 한 명만 오래 만났는데도 그런 경험을 했던 거죠.


여러 차례 걸쳐서 그러니까 단 한 명만 만나더라도 깊이있게, 벼려낸 질문들을 던지면서 어떻게 ‘함께’ 말하고-듣느냐에 따라서 맺는 관계도 상당히 달라지는 것 같아요. ‘듣기’의 경험이라는 것이… 저는 처음에 제가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들을 수 있다’는 전제 자체를 가지면 안 되는 거 같아요. 말해도 가닿지 않을 수 있고,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더 많고, 그렇다면 그 침묵도 존중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들은 이야기를 죄다 전달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평생 내 마음에 묻어두어야 할 이야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구술 활동하면서 ‘사람들은 왜 듣고 싶어 하지?’ ‘말해준다고 다 들을 수 있는 건가?’ 어쩔 땐 ‘이런 얘기까지 듣고 전해도 되나?’ 이런 고민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듣기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미화


얘기를 하다 보니까 그런 기대가 있어요. 저한텐 그래서 지금 이렇게 우리가 하는 게 사실 소소하게 참전군인 어르신들을 만나서 옛날 얘기 듣자고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거는 그것대로의 어떤 의미와 가치를 두고 가되 더불어 우리가 좀 더 확장해서 어쨌든 뭔가 담론을 만들고 의제를 만들어 가고 그리고 너무 획일적이고 단순한 것들에 대해서 그렇지 않은 어떤 다양한 것들을 자세히 바라보는 그런 자리가 되면 좋겠다. 폭력에 대한 것도 깊이 사유할 수 있고 이런 것들 진짜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요. 실은 저도 좀 답답함을 많이 느끼거든요. 지금 제가 이렇게 활동하는 과정에서도 느끼는 거고, 시민사회라고 하는 영역에서 느껴지는 답답함과 벽이 있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할 거지’라는 생각을 한편으로 하는데… 제가 지금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얘기를 할 수밖에는 없는데 그걸 뭐 하나하나 제가 꼬집어서 얘기를 이 자리에서 할 수는 없지만, 그런 틀에 박힌 이야기들을 이제는 벗어 던지고 좀 다른 얘기를 하고 싶어요. 음 이건 마치 선거 공약같네요.(웃음) ‘우리는 새롭다. 바꾸자’ 뭐 이런. 그냥 그거는 우리가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공론장을 통해서 사람들이 공감하고 알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조금은 다른 이야기더라도 용기 있게 하는 그런 공론장을 만들고 싶어요.




아정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관심이 있는 동료들이 있으면 우선 함께 시작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운 질문들을 잘 던질 수 있는, 그래서 하나마나 한, 뻔한 말들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근데 새로운 말들 벼려낸다는 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잖아요. 새로운 말은 새로운 질문을 통해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질문을 잘 만들어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활동을 하고 싶어요.


저는 항상 아쉬운 게 어떤 공론장을 가더라도 논의를 하다 만 채로, 아 이제 좀 뭔가 얘기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벌써 끝나요? 이런 식이라는 게 아쉬웠어요. 발표자는 늘 시간에 쫓기고 발표 듣고 토론 들은 다음에 질의응답 받고 끝나는데, 그것이 너무나 전형적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발표를 듣는 것은 중요하지만, 거기에 대해서 어떤 한 사람이 토론자로 응답하는 형식이 아니라,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응답하고 문제 제기하고 이의제기하고 그 다음에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표자도 청중에게 영향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좋고 나쁨으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어떤 피드백을 던지고 거기에 서로 반응을 하고 이런 식으로 액션과 리액션이 동시에 가능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토론이 훈훈하지만은 않아도 괜찮고, 날카로운 말들이 오갈 수 있는… 글쎄요. 그런 연습을 별로 안 해본 거죠 사람들이.. 분위기를 깰까봐 걱정하고. 어쩔 때는 우리가 토론이라는 걸 하고는 있나… 그런 생각이 들기까지 하고요. 날카롭기만 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토론을 하는 어떤 태도에 대해서도 잘 생각해봐야겠지만요. 날카로운 얘기를 하되, 어떤 태도로 할 것인가라는, 이건 성질 급한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은데(웃음), 암튼 그런 여러 가지 기대가 있고요. 그런 ‘토론 문화’라는 것을 마음을 다해서 만들어보고 싶은 자리가 바로 아카이브평화기억 공론장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첫 번째 공론장을 했으면 그걸로 끝이 아니라 두 번째 공론장에 그 문제의식을 끌고 와서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여러 토론의 자리가 연속 기획이라고는 해도 뭔가 단절된 느낌을 받아왔거든요. 물론 다 연결해 낼 수는 없지만, 앞서 나온 문제의식들을 이어나가면서 심화할 수 있는, 그런 공론장이 되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있어요. 베트남 전쟁에 관한 논의는 여러 층위가 있을 수 있는데, 이미 다른 데서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너무 신경쓰지 말고, 정말 하고 싶었던 공부, 궁금했던 것들, 함께 나눠보고 싶었던 고민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론장을 함께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어려운 것들은 그냥 어려운 상태로 이야기 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 너무 ‘대중적인’ 접근에 대한 강박 또한 내려놓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어려운건 어려운 대로 잘 풀어내 보자라는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 공론장은 아주 중요한 자리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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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평화기억 공론장 기획팀이 마련한 2024년 공론장 주제는 ‘병사’다. <병사들의 ‘전후’(戰後), 과정으로서의 책임과 해석> 을 제목으로 ‘전쟁과 책임’, ‘전쟁과 재현’, ‘전쟁과 도주’에 대한 이야기 자리를 만들어가려한다. 첫 번째 공론장은 성균관대 동아시아학과 김수용의 논문 <신중국 전범재판의 일본인 전범문제 - '중국귀환자연락회의'(중귀련) 사례를 중심으로>를 함께 읽는다. 사회는 슬기가 맡는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중국 공산당 주도로 열린 BC급 전범재판에서 포로로 잡힌 일본군에게 ‘사형’을 구형하는 대신 ‘인죄’와 ‘개조’라는 정치적 실험이 단행된다. ‘가해자성’을 인식한 이들 병사는 이후 중일우호와 반전평화운동에 헌신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 사례는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까. 각자의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만나본다. 


정리 글 석미화(연두)



2024 아카이브평화기억 연속 강연: 병사들의 ‘전후’(戰後), 과정으로서의 책임과 해석

<신중국 전범재판의 일본인 전범문제 - '중국귀환자연락회의'(중귀련) 사례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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