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인터뷰]쿵쿵토끼 / 스물셋 쿵토의 평화론

쿵쿵토끼를 만났다. 나는 쿵쿵토끼를 줄여서 '쿵토'라고 부른다. 쿵토는 아카이브평화기억 후원회원이다. 쿵토는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를 졸업하고, 평화 단체를 거쳐 지금은 대안학교 교사로 활동한다. 우리는 전쟁의 다층성을 주제로 한, 아카이브평화기억의 평화워크숍을 같이 준비하기도 했다. 평화를 매개로 청년, 청소년을 만나는 고민 속에는 “내가 배웠던 것을 어떤 형태로든 나누고 싶다”는 쿵토의 바람이 담겨있었다. 새학기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쿵쿵토끼


노랭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소개해 주세요! 


쿵쿵토끼

이름은 이담이고, 쿵쿵토끼라는 별명을 사용하고 있어요. ‘성미산학교’라는 대안학교를 졸업해서, 아카이브평화기억을 포함한 평화단체와 결합해서 활동을 하다가 지금은 대안학교인 ‘금산간디학교’에서 고등 과정 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노랭

성미산학교를 졸업하고, 대안학교 교사가 되기 전까지 2년 반 동안 아카이브평화기억 말고도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을 했잖아요. 어떤 활동이었는지 자세히 들려줄 수 있어요?


쿵쿵토끼

처음에는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에서 운영위원을 맡아서 함께했어요. 지금도 활동하고 있지만 금산에서 생활하다 보니, 거리가 멀어서 온라인 회의로 참여하고 있어요. 실제로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에 대한 구상을 같이 하고, 단체 이름으로 성명을 낼 때 의견 나누기도 해요. 아이디어를 나누는 역할을 주로 해요. 그리고 ‘전쟁없는세상’에서는 ‘거부자들’ 팀에 들어가서 팀 활동을 하고 있어요. 거부자들은 원래 병역거부 팀이었는데, 병역거부에 관심갖게 되며 들어가게 됐어요. 최근에는 병역거부로만 활동을 한정짓지 말자는 의견이 나와서 전쟁 거부와 같은 다양한 맥락들을 포괄할 수 있는 활동을 해요. 아이디어 회의 형태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실무 이벤트가 있을 때 진행을 하거나 글을 쓴다거나 하는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에서 활동하는 이담. (오른쪽 끝) @쿵쿵토끼


노랭

다양한 활동을 연결해 온 게 눈에 보이는 것 같아요.(웃음) 그렇다면 쿵토와 아카이브평화기억의 만남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쿵쿵토끼

성미산학교 포스트중등 재학시절부터 꾸준히 연결돼 온 게 있다 보니 만남의 정확한 시작을 기억하기 어려웠어요. 폭력의 고리를 살펴보며 과거의 역사를 현재로 접하는 활동의 일환으로 학교에서 베트남전쟁을 공부해 온 것도 있었고요. 그래서 활동을 어떻게 함께하게 되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보고서랑 텔레그램을 다 찾아보고 왔어요.(웃음) 처음 ‘아카이브평화기억’을 만나게 된 건 DMZ 필드워크를 같이 가면서 시작됐던 것 같아요. 준비 모임에 함께하다 보니, 이어져서 같이 활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탐방후기] DMZ 필드워크 '파주 민간인통제구역과 통일촌을 가다'

https://peacememo.org/30/?bmode=view&idx=17036379


노랭

맞아요. DMZ도 같이 갔었지요. 저도 성미산학교를 다니며, 여러 이슈들을 접해왔기 때문에 이후에 활동과도 연결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다음 질문이 마침 ‘평화에 대해 관심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인데요. 저희는 사회적인 이슈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배경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누구나 일상의 평화를 고민하기도 하죠. 이슈를 접하는 것에서 나아가 평화를 나와 연결된 감각으로 느끼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쿵쿵토끼

활동하며 많이 와닿았던 것은 결국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 공부하면서였어요. 아직까지도 기억에 좀 많이 남는 게, 대전 골령골에 유해를 발굴하러 갔을 때예요. 전쟁을 기억하는데 중요한 지점이지만 쉽게 잊혀지는 존재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간인들이 결국엔 국민인 거고, 그 국민들이 사실 국가의 존재 이유인 건데 국가가 그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거니까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 ‘전쟁이란 무엇인가’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평화를 고민하는 데 있어서 민간인학살을 포함한 수많은 죽음이 부수적인 것들로 이야기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들이 평화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대전 골령골에서 유해발굴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쿵쿵토끼


노랭

베트남 전쟁도 그 연결고리 안에 있는 것 같아요. 

 

쿵쿵토끼

맞아요. 사실 성미산학교 포스트중등 과정에서 공부하는 큰 주제 중 하나가 ‘베트남 전쟁 시기에 있었던 민간인 학살’에 관한 것이었어요. 베트남 피해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학교 수업의 일환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피켓팅을 가면서 처음 관심 갖고 알게 됐어요. 그 전에는 베트남 전쟁이 과거에 일어난난 전쟁이라고만 알고 있었죠. 그때 이후로 공부를 하면서 베트남 전쟁 당시에 있었던 일, 참전군인에 대한 이야기도 접하게 됐어요.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다문화가정 관련한 활동을 하셨거든요. ‘베트남’ 하면 이민자에 대한 이미지가 더 강했던 것 같은데, 공부를 하면서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와 해결되지 않은 폭력의 역사에 대해서 느끼게 됐어요.


노랭

그러네요. 베트남이라는 나라가 다르게 보였겠어요. 아카이브평화기억에서는 저랑 쿵토랑 같이 평화워크숍을 준비하고 진행하며 청소년, 청년을 만나왔잖아요. 베트남 전쟁을 포함해서, 전쟁과 평화를 여러 관점에서 주목하고 연루된 다양한 이들의 삶을 바라보기도 했어요. ‘전쟁’하면 ‘전장’을 떠올리지만, 그 전장 밖 존재들의 삶을 들여다 보는 거죠. 그리고 우리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고민하고. 평화워크숍을 통해 청년, 청소년들을 만나왔던 얘기도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평화워크숍 @아카이브평화기억


쿵쿵토끼

맞아요. 우선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너무 어려웠고, 사람들과 평화를 매개로 만나고는 싶은데 우리의 이야기를 어떻게 나눠야 될지 모르겠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가진 관점이 새로우니, 그걸 잘 나누어 보자고 생각했어요. 사람들과 그 새로운 관점을 나누고 경험하는 프로그램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평화’를 얘기할 때 ‘평화는 어떤 거예요’ 설명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존재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감수성들을 새로운 사실들을 통해 알고 느끼게 할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사실 진짜 많이 부족했는데, 그런 측면에선 되게 의미 있었던 것 같아요. 답을 정해서 구구절절 설명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발견할 수 있게끔 하는 방식이 더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다. 좋은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아카이브평화기억 평화 워크숍 “작은 점을 연결하고 연결하고 연결하고” 후기 나눔

https://peacememo.org/30/?bmode=view&idx=16926558


[현장]'평화를 만나다' 두 번의 평화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https://peacememo.org/30/?


노랭

공감이에요. 정말 부족했고,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도 노력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배운 것도 있고, 그때 만들었던 프로그램들을 청소년들 만날 때 활용하기도도 해요. 아카이브평화기억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고 나서도 쿵토는 교사로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잖아요. 평화나 다른 삶을 매개로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확장된 고민들이 있는지 궁금해요.


쿵쿵토끼

평화에 대한 고민을 넓은 의미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안학교를 다니는 장점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결국은 모두가 다 하게 될 고민들인 것 같고, 그래서 ‘어떻게 살고 싶니’라는 질문과 ‘이렇게도 살 수 있어’ 하는 새로운 삶의 모습들을 계속 보여주는 것 자체가 평화 교육으로써 의미가 있다라고 생각해요.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 수 있게끔 만드는 것도 평화 교육의 일환인 거 같고, 평화 워크숍을 통해 결국 내 일상을 평화롭게 유지할 수 있는 있는 힘을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한 포인트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일상을 꾸려 나갈 수 있는 힘, 그것을 만드는 게 평화 교육이라고 느껴요. 


성미산학교 포스트중등, 새만금 앞에서 @쿵쿵토끼

 

쿵쿵토끼

성미산학교 포스트중등에서도 갔던 적이 있는데요, 금산 간디학교 고등 과정이 작년에 군산 새만금을 갔다 왔어요. 새만금은 미군기지 확장 때문에 계속 이슈가 있는 곳이잖아요. 현장을 가서 사람들을 만나는 활동이라는 게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그런 일들이 나와 멀지 않은 이야기임을 발견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한 지점인 것 같아요. 그런 질문이 새로운 질문을 낳는 것 그것이 평화구나 생각해요.


노랭

그러게요. 사실 주어진 삶의 방식을 따라가면 할 수 없는 고민이예요. 그런 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찾고 사유하게 되는거죠. 그것이 전쟁과 평화 같은 이슈들에 대해서도 휩쓸리지 않고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게끔 하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서로 닿아 있는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아카이브 평화 기억의 활동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나누어 주세요. 그리고 쿵토의 앞으로의 활동도 궁금해요!


쿵쿵토끼

뭐라고 해야 될까요. 아카이브평화기억을 보면 단체를 찾아오는 사람의 층이 되게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단체라고 해야 되나? 그래서 아카이브평화기억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단체가 되면 좋겠다 싶습니다. 사실 아카이브평화기억이 학생들을 계속해서 만나는 것도 너무 좋고, 공론장 진행했을 때 처음 들으러 온 사람도 되게 많은 느낌이었어서 다양한 주제들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이미 장점이 된 것 같아요. 더욱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앞으로의 활동은요, 사실은 잘 모르겠어요.(웃음)  뭘 할진 모르겠는데 계속 내가 배웠던 것을 어떤 형태로든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이후에 어떤 형태로든 공부했던 것들을 나누려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터뷰 글 노랭 아카이브평화기억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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